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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독성항암제 CDMO 확대”…보령, 쥴릭파마와 알림타 동남아 수출 본격

권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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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독성항암제 위탁개발생산(CDMO) 기술이 글로벌 의약품 공급망 재편의 중심에 떠오르고 있다. 제약기업 보령이 쥴릭파마와 새롭게 체결한 알림타(성분명 페메트렉시드) 공급 계약은 동남아 7개국을 대상으로 2027년부터 본격적인 항암제 수출에 돌입할 계획으로 업계 이목이 쏠린다. 이번 파트너십은 주요 제약사들의 생산 축소로 인한 전세계 항암제 수급 불안이 장기화되는 국면에서, 국내 기업의 제조경쟁력과 글로벌 CDMO 성장 전략을 동시에 입증하는 모멘텀으로 평가된다. 업계는 보령을 비롯한 국내 CDMO의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속도가 향후 세포독성항암제 시장의 주도권 경쟁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본다.

 

보령은 동남아 7개국(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캄보디아, 미얀마)에 알림타 주사제를 수출하는 위탁생산 계약을 5년간 체결했다. 생산은 2019년 스마트팩토리 설비와 2023년 EU-GMP 인증을 갖춘 보령 예산캠퍼스를 통해 진행된다. 기존에 대만 로터스, 체플라팜 등과 세포독성항암제 및 정신질환 치료제 공급 경험을 쌓아온 보령은, 이번 쥴릭파마 계약을 계기로 글로벌 CDMO 사업과 오리지널 의약품 R&D 내재화라는 양대 전략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세포독성항암제는 암세포의 증식을 직접 저해하는 효과로 항암 치료의 주요 옵션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유럽·미국계 제약사들이 생산을 축소하면서 품절·지연 등 공급망 불안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동남아 등 신흥 의료시장에서 안정적으로 고품질 항암제를 공급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파트너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보령은 오리지널 의약품 국내 인수, 제형 개선(액상 알림타 개발) 등 전주기 R&D와 생산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함으로써, 단순 물량 확대를 넘어 이익구조의 질적 전환까지 도모하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특히 이번 협력은 AI·스마트팩토리 기반 생산환경과 EU-GMP(유럽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 인증 등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공정 효율성이 바탕이 됐다는 평가다. 보령 예산캠퍼스의 자동화 설비와 품질관리 시스템은 유럽·동남아 수출을 위한 인증 허들을 이미 넘어서, 추가 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실제 보령은 젬자, 알림타 등 세포독성항암제뿐 아니라, 다양한 오리지널·개량 신약을 인수해 R&D-생산-수출 트랙을 확립했다.

 

글로벌 CDMO 시장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론자 등 대형 업체들이 바이올로직스(항체의약품 등) 중심 구조를 보이나, 세포독성항암제 등 합성의약품 위탁생산 분야는 공급사 공백이 커 동남아·중동 등 신규 파트너십 경쟁이 본격화되는 추세다. 유럽의 포메타, 미국의 카탈란트 등도 코로나19 이후 항암제 공급망 확충에 나서고 있다.

 

정책적으로는 각국의 의약품 수입심사 속도, EU-GMP·현지 허가 등 규제 이슈가 사업 전개에 변수로 꼽힌다. 보령은 DW시스템 등 디지털 플랫폼으로 데이터 기반 품질관리 체계를 구축, 글로벌 인증 기준 변화에 신속히 대응 중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성진 보령 CSO는 “CDMO는 단순한 외형 성장보다 이익의 질을 개선해 나갈 수 있는 사업 구조”라고 밝혔다. 업계 전문가들은 “글로벌 항암제 공급망 재편기에 제조·연구 역량을 정비한 국내 CDMO 기업이 실질적 시장확대 기회를 거머쥘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산업계는 이번 수출 확장 움직임이 실제 의약품 공급망의 신뢰도와 산업 구조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권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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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쥴릭파마#알림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