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중소득국 필수의약품 8% 확보”…글로벌 격차 해소 논의 본격화
저중소득국에서 필수의약품 확보율이 8%에 머물러, 글로벌 의약품 접근성 격차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 세계 인구의 80%가 저중소득국에 거주하고 있음에도, 이들 국가 보건시설의 상당수는 치료에 필수적인 의약품을 지속적으로 공급받지 못한다. 업계는 이를 의약품 접근성 혁신과 산업적·윤리적 변화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2024년 필수의약품 팩트 시트에 따르면, 저중소득국 보건시설의 필수의약품 지속확보 비율은 8~41%에 불과하다. 반면 고소득국은 90% 이상이 해당 의약품을 안정적으로 제공한다. 또한 개발도상국에서는 전체 보건 지출의 20~60%가 의약품 비용으로 사용되며, 환자의 90%가 본인부담금 형태로 약을 구매 중이다. 이 같은 구조는 실질적으로 치료 사각지대를 확대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기술적 요인도 접근성 격차를 가중시킨다. WHO 필수의약품 목록에는 2023년 기준 500여개 제품이 수록돼 있지만, 최근 10년간 개발된 593개 신약 중 WHO 목록에 오른 것은 31개에 불과하다. 혁신 신약의 빠른 도입과 보급이 저조한 구조다.
시장 해결책을 위해 글로벌 제약사는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성을 결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고 있다. 의약품 접근성 지수에서 2023년 1위를 차지한 노바티스는 2억8400만명의 환자에게 의약품을 공급했고, 3320만명은 접근성 향상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았다. 사노피는 40개 저소득국에 30개 품목을 비영리 가격으로, 화이자는 45개국에 23개 특허약 및 백신을 원가나 비영리 가격으로 제공하는 등 글로벌 업계의 참여가 확대되고 있다. 또, 동일 품목에 국가별로 다른 가격을 적용하는 차등가격제도 16개 주요 글로벌 제약사로 확산 중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 국가와 국제기구의 역할도 강화되고 있다. 한국은 WHO와 협력해 ‘글로벌 바이오 인력양성 허브(GTH-B)’를 운영하며, 저중소득국의 백신·의약품 생산 노하우와 품질관리(GMP) 역량을 집중적으로 전수하고 있다. 2024년 기준 47개국 205명(국내 30명 포함)이 실습·교육에 참여했다.
전문가들은 “의약품 접근성 확대가 글로벌 보건 안보와 경제 발전을 동시에 견인할 핵심 전략”이라며, 2030년까지 저중소득국의 필수약 접근 비율 80%, 신약의 WHO 필수의약품 목록 반영률 20% 달성 필요성을 강조했다. 산업계는 기술 혁신, 가격정책, 역량 강화 등 다층적 노력이 구체적 성과로 이어질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