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 쇼에 숨죽인 그린”…배소현, 19언더파 질주→새 대회 첫 주인공
노을이 드리워진 18번 그린, 모든 시선은 오로라 골프&리조트의 마지막 퍼트로 쏠렸다. 침착한 자세로 클럽을 든 배소현의 얼굴엔 주저함이 없었다. 숨결이 닿을 것 같은 긴장감 속, 부드럽게 구른 공은 컵을 흔들며 경기장을 환호로 물들였다. 이 승부의 끝에 배소현이 있었고, 흘린 땀과 응원이 더해져 특별한 순간이 완성됐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오로라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 배소현은 18번 홀에서 약 2m 파 퍼트를 성공시키며 최종합계 19언더파 269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보기 없는 라운드, 5개의 버디만 기록한 완벽한 하루였다. 고지원을 비롯해 성유진이 집요한 추격을 펼쳤지만, 배소현은 1타 차 리드를 끝까지 지켜냈다.

대회는 총상금 10억원으로 3일간 원주시 오로라 골프&리조트에서 펼쳐졌다. 배소현은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가 아닌 공동 2위였으나, 7번과 8번 홀 연속 버디로 흐름을 완전히 바꾸었다. 이어 14번, 15번 홀에서 또다시 연속 버디를 잡아내 단숨에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종반에는 성유진, 고지원과 치열한 접전이 이어졌다. 17번 홀에서는 성유진이, 마지막 18번 홀에선 고지원이 각각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압박을 가했다. 그럼에도 배소현은 흔들림 없이 마지막 파 퍼트마저 성공시켰고, 올해 신설된 오로라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의 초대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번 우승으로 배소현은 1억8천만원의 상금과 함께 통산 4승을 달성했다. 지난 2024년 9월 제13회 KG 레이디스오픈 이후 약 11개월 만의 우승이자, 새로운 시즌 반전의 신호탄이 됐다. 시즌 상금, 대상 포인트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예원은 15언더파로 박지영, 노승희와 함께 공동 5위, 고지원의 자매 고지우도 공동 10위에 올랐다.
갤러리의 박수 소리와 선수들의 깊은 한숨, 그리고 다시 조용히 시작될 다음 라운드의 기대. 그린 위의 흥분은 잠시, 배소현의 미소만이 긴 여운으로 남았다. 오로라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의 뜨거운 경쟁은 8월 첫 주말, 강원도 원주에서 수많은 팬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