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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가 문화로 물들다”…성북구 다다페스타, 일상 속 작은 세계여행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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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가까운 거리에서 세계를 만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오래전엔 먼 여행에서나 가능했던 감각이, 이제는 동네 축제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작은 변화지만 그 안엔 도시에서 살아가는 방식이 바뀐 단서들이 담겨 있다.

 

가을이 한창 무르익은 지난 9월 27일, 서울 성북구 석관동 거리는 세계의 냄새와 색깔로 물들었다. 제2회 성북거리문화축제 ‘다다페스타’는 대학생과 청년, 지역 주민, 예술가, 그리고 다문화가정까지 한데 어우러진 문화 교류의 장이 됐다. 200m 남짓한 거리 위에서 펼쳐진 ‘다다푸드마켓’에선 각국의 음식으로 기분 좋은 여행이 시작됐고,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이 함께한 아트마켓과 영화 상영, 체험 부스는 동네의 평범한 거리를 예술로 가득 채웠다.  

세계음식부터 청년예술 체험까지…‘성북거리문화축제’ 서울 성북에서 펼쳐진다
세계음식부터 청년예술 체험까지…‘성북거리문화축제’ 서울 성북에서 펼쳐진다

직접 참여하는 플리마켓, 어린이 상인들이 운영하던 작은 장터, 거리 곳곳의 예술가와 굿즈 제작 체험 등은 사람들의 발길을 자연스레 머물게 했다. SNS에서는 “마음은 이미 다른 나라에 온 것 같다”, “아이들과 나들이하기 딱 좋은 축제”란 현장 후기가 잇따라 올라왔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하루 만에 천여 명, 적지 않은 방문객이 석관동의 거리를 찾았다는 점은, 지역 축제가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일상의 쉼표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을 “일상의 공간에서 문화 경험의 폭을 넓혀가는 도시인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라 해석한다. “축제의 본질은 지역이 서로를 환대하고, 평소에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감각을 선물하는 데 있다”는 문화기획자의 분석도 눈길을 끈다.

 

거리마다 있었던 퍼레이드, ‘돌이’와 ‘멩이’ 마스코트 이벤트, 다문화가정의 참여와 지역 유관기관이 함께 만든 체험존 등이 어우러져 세대와 문화를 자연스럽게 잇는 풍경이 연출됐다. 커뮤니티에서는 “주민이 주인공인 축제라 더 특별하다”, “매년 기다려지는 우리 동네 자랑”이란 반응이 이어졌다.

 

누군가에게는 작은 산책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오랜만의 문화 체험이 된 하루. 성북거리문화축제 ‘다다페스타’는 축제 자체가 그저 특별한 이벤트에 머물지 않고, 일상에 작은 기억과 만남의 온기를 남겼다.  

 

작고 소박한 동네 축제이지만, 이런 경험 속에서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고, 익숙한 거리가 잠시나마 ‘문화의 거리’가 된다. 축제는 트렌드를 넘어 우리가 도시에서 살아가는 방식을 조금씩 바꿔 놓는다.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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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거리문화축제#다다페스타#석관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