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옥죄기냐 불공정 해소냐”…상법 개정안 필리버스터에 여야 정면 충돌
상법 개정안을 둘러싼 정치적 충돌이 국회 본회의를 뜨겁게 달궜다. 23일 국회에서 여야는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상법 개정안을 두고 필리버스터에 돌입하며 격렬히 맞섰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기업 경영 안정과 자본시장 공정성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강경한 목소리를 내면서, 정치권 갈등은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 집중투표제 도입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기존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여야의 격렬한 논쟁 속에 상정됐다.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이 “기업 발목을 잡는 조치”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더불어민주당은 “불공정 자본시장을 해소하는 기회”라며 맞섰다.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은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서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수갑과 족쇄를 채운 상태에서 금메달을 따오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영 혼란을 초래해 산업 패러다임 전환 대응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며 개정안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곽 의원은 집중투표제에 대해 “다수결의 원리를 훼손하고, 기업 자율성을 무력화시킨다”면서 “소수 투기자본이 부당하게 경영에 개입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집중투표 도입과 함께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 논의도 병행해야 한다”며 “상법 개정 부작용 최소화를 위한 숙의와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의원은 “회사 경영진이 대주주 입장만 대변할 것이 아니라, 일반주주 이익도 평등하게 반영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오 의원은 “상장회사에 일반 투자자가 존재하고 1주 1의결권이 보장된다면, 이들도 경영 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며 “거수기 이사회로만 운영하겠다는 생각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에 대해선 “경영권은 다수파가 쥐고 있지만, 견제와 비판이 가능하도록 추가 인물을 도입해야 한다”며 재무제표와 이익 분배의 불공정 해소 효과를 주장했다. 오 의원은 “주식시장 선진화 로드맵에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면, 일본 못지않게 자본시장을 성장시킬 수 있다”며 국민의힘에도 논의 참여를 촉구했다.
이번 본회의 필리버스터에는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김남근, 김현정, 이정문, 이강일 의원과 국민의힘 곽규택, 조배숙 의원 등이 토론자로 나설 예정이다. 여야는 상법 개정안의 실효성과 파급 효과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기업 경영권 방어와 자본시장 공정성이라는 논리가 맞부딪히며, 각 정당과 경제계, 투자자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고 있다.
상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기업 지배구조 및 자본시장 환경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이에 정치권 내 입장차가 극명히 드러난 가운데, 국회는 향후 계속되는 토론과 여론 수렴을 거쳐 법안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