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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아래 걷는 산책”…화천 가을, 자연이 주는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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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아래 걷는 산책”…화천 가을, 자연이 주는 여유

문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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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자연 속에서 한적한 휴식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높고 푸른 가을 하늘 아래, 평범한 산책도 낭만이 된다. 화천은 그런 평온에 가까운 곳이다.  

 

22일, 구름 많은 하늘과 18.4도의 선선한 기온이 어우러진 화천. 막연히 떠오르는 시골의 한가로움과 달리, 이곳에서는 계절의 흐름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아침저녁으론 온도가 12도까지 떨어지고, 한낮에는 23도까지 오른다. 그만큼 산책길 위로 부는 바람이 차분하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화천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화천

화천읍의 백암산케이블카는 이 지역 풍광의 백미. 케이블카를 타면 산세와 북한강이 한눈에 펼쳐진다. 높이 오를수록 바람 소리가 와 닿고, 조금씩 짙어지는 단풍과 잔잔한 호수가 거대한 그림처럼 다가온다. 일상을 벗어난 이들에겐 짤막하지만 확실한 위안이다. 여행객 김성진(35)은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마음을 씻어주는 것만 같았다”고 느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한국관광공사 자료에 따르면, ‘가까운 자연 체험’을 선택하는 국내 여행객 비율이 코로나19 이전 대비 1.7배 높아졌다. 특히 화천처럼 북적이지 않은 자연 휴양지에 머무르는 트렌드가 도시 3040 가족과 MZ세대에서 두드러진다.  

 

거주민들에겐 동구래마을이 오랜 쉼터다. 하남면 호수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맞닥뜨리는 작은 시골 마을. 호수와 맞닿은 풍경, 적막하게 흐르는 바람. “복잡한 생각이 잦아질 때마다 걷는 길이 있다”고, 마을 어르신은 고백했다. 그렇게 잔잔한 호수 물결과 청명한 숲 사이를 산책하면 일상에서 잠시 떨어져 나올 수 있다.  

 

이어지는 하남면의 거례리사랑나무 역시 이 계절의 상징. 굵은 시간을 견뎌 온 고목은 무심하게 자리를 지키고, 단풍이 드는 풍경 속에서 나름의 존재감을 뽐낸다. 관광해설사 박은주 씨는 “자연의 위엄을 마주할 때면 내 마음이 작아지면서도 한없이 평온해진다”고 표현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핸드폰도 잠시 넣고, 그냥 풍경을 바라보는 시간이 제일 소중하다”, “이제는 멀리 떠나지 않아도 가까운 곳에서 충분히 쉼을 찾는다” 등, 공감과 위로가 이어진다. 자연스럽게 여행이란 무엇인지 되묻게 된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구름 많은 날, 찬찬히 걷는 산책길에서 우리는 삶의 여백과 계절의 감촉을 다시 배우는 중이다.

문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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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백암산케이블카#동구래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