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숨결 속을 걷는다”…전주 한옥마을 가을 문화 탐방에 나서는 사람들
전주를 찾는 여행객이 부쩍 늘었다. 고즈넉한 한옥 골목과 선선한 바람이 머무는 이 계절, 전주는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전통과 현대가 만나 색다른 휴식을 선물하는 장소가 됐다.
요즘 전주 한옥마을을 걷는 사람들은 고흐의 풍경처럼 정적인 골목에 머무르고, 곳곳의 체험장에서는 가볍게 손길을 얹는다. SNS엔 갓 구운 초코파이나 한지길의 은은하게 빛나는 전통주 사진이 연달아 올라온다. 서울에서 왔다는 임수진(34) 씨는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숨통이 트였다. 한옥의 나무 냄새, 박물관의 술 향기가 따로 노는 듯하면서도 조화롭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전주시는 최근 전주 한옥마을 방문객이 평일에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설명한다. 전주전통술박물관, 한벽문화관, 초코파이체험장 등은 연령과 상관없이 가족, 연인, 혼행족까지 다양한 이들이 찾는다. 매장을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단체관광에서 벗어나 각자의 속도로 문화와 체험을 즐기는 손님이 많아졌다”고 느낌을 전한다.
전주 한옥마을 내 전주전통술박물관에서는 누룩과 쌀, 물로 만드는 가양주 문화의 정수를 체험한다. 조선의 주방문을 되살린 전시, 손끝의 온기가 전해지는 술 빚기 과정이 서울에서 온 방문객에겐 “익숙하지 않지만 정겨운 풍경”이라는 감탄을 자아낸다. 한벽문화관에선 한옥 지붕 아래에서 열리는 창극과 공연을 감상할 수 있어 “마치 한 시절의 풍류를 재현하는 듯하다”는 후기가 이어진다.
전주 한옥마을 초입의 초코파이체험장은 이색 체험을 위해 찾는 이들로 북적인다. 부모와 아이가 나란히 앉아 수제 초코파이를 만들고, 원하는 대로 장식한 채 소중한 이에게 선물한다. “달콤한 냄새에 온몸이 녹아내리면서, 자연스레 가족과 친구를 떠올리게 된다”는 방문자도 적지 않다.
익명의 여행 칼럼니스트는 “전주 여행의 핵심은 고요함과 체험, 소박함이 모두 공존한다는 점에 있다. 바쁜 일상에 한 번쯤 ‘멈춤의 시간’을 선물하고 싶다면, 전주는 그 자체로 충분하다”고 전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초코파이 만들기 덕분에 아이가 웃었다”, “전통술을 배운 뒤 부모님 생각이 났다”, “굴뚝에서 연기가 오르는 밤의 한옥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는 감사의 마음이 곳곳에서 공유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젠 한옥마을은 단순히 사진 찍는 곳이 아니라, 삶을 다시 느끼는 공간”이라는 평가도 힘을 얻는다.
전주는 트렌드를 넘어 일상에 작은 변화를 일으키는 여행지로 자리잡았다. 전통의 숨결을 따라 걷는 사소한 시간이지만, 이 경험은 오래도록 마음에 머문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