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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중국 아니다”…중국 학자들, 변화된 한중협력 강조

신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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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경쟁이 심화하면서 한중관계의 활로를 놓고 양국 학자들이 정면으로 맞섰다. 26일 경주 코모도호텔에서 동서대학교 중국연구센터 설립 10주년 기념으로 열린 한중심포지엄에서, 중국 내 주요 학자들은 “과거의 중국과는 다르다”며 변화하는 국제 환경에 맞춘 새로운 한중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수하오 중국 외교학원 교수는 이날 심포지엄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주요 경쟁자이자 적으로 규정한 배경을 짚으며, “근본적인 논리는 중국의 부상이 미국의 세계 리더십에 도전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언급했다. 수 교수는 “동아시아 질서의 발전 방향은 기술혁신, 규정 제정, 가치관 주도권을 둘러싼 미중 경쟁에 달려 있다”며, “아세안의 전략적 선택이 권력 구조 균형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주펑 난징대 교수는 한중 경제협력의 질적 전환을 주문했다. 그는 “중국은 더 이상 중저가 한국제품 투자에 시장을 열어주는 국가가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한 세계 산업혁명 속에서 한중의 경제·기술·상업적 상호보완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한국상품 시장’이라는 인식을 탈피해, 중국을 첨단 기술과 혁신의 협력 파트너로 인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동북아 안보·외교 질서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수하오 교수는 “중국은 한국전쟁 시절 ‘북방삼각편대(중국·러시아·북한)’에 다시 합류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면서도, “한국 역시 미국, 일본과 ‘남방상각편대’를 결성해 중국 견제로만 나아가길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보 동맹의 고착보다는 유연하고 균형 잡힌 협력 구조를 중국이 희망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왕쥔성 중국사회과학원 교수는 “현재 한반도 각국은 긴밀히 상호작용하나, 정책 차이가 존재한다”며 "한반도 문제의 실질적 해결을 위해 양국 고위급 전략적 소통과 정책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제통상 분야의 구체적 협력 방안도 제시됐다. 양루이 중국 개혁발전연구원 집행원장은 “산업 사슬 및 공급망 조율, 대규모 시장 개방, 표준·규칙·제도 수준 확대가 핵심”이라며, “중한 자유무역지대 협상 가속과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이행, 추가 관세 인하 및 협력 메커니즘 강화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중국과 한국 모두 중한일 자유무역협정(TPP) 진전에도 적극적일 필요가 있음을 시사했다.

 

한중관계의 현안과 해법을 둘러싼 양국 학자들의 제언이 구체화되면서, 정치권과 외교부문에서도 향후 한중실무협의, 경제통상 라인 교류가 주요 의제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한중 간 고위급 정책 협의 강화와 산업·통상 분야 실질 협력을 연내 주요 안건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신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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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학자#한중협력#rce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