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은 사실상 두 국가”…정동영, 통일 포기 아냐 강조하며 정부 내 입장차 노출
정치적 충돌 지점이 뚜렷해진 가운데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남북관계에 대한 결정적 입장 차를 보였다. 남북의 국가성 문제와 북핵 정책을 놓고 정부 내 고위당국자들 사이 견해가 엇갈리면서, 향후 한반도 정책 추진 방향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언론 간담회에서 남북이 “사실상의 두 국가, 이미 두 국가, 국제법적으로 두 국가”라고 밝혔다. 그는 “적게는 50~60% 국민이 북한을 국가라고 답한다”며 “국민 다수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 장관은 “두 국가라는 것, (북한의) 국가성을 인정하는 것이 영구분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잠정적으로 통일을 향해가는 과정에서 생긴 특수관계 속에 국가성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두 국가론’에 대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3일 미국 뉴욕에서 “정부는 두 국가론을 지지하거나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해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외교·안보 분야를 대표하는 두 고위 당국자 발언이 공식 석상에서 충돌하면서 정부 내 혼선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정동영 장관은 위성락 실장의 발언에 대해 “적대적인 두 국가로 인정할 수 없다는 뜻 아닐까 한다”며 논란 진화에 나섰다. 또 “통일부와 국방부, 외교부, 국정원의 의견이 다를 수 있다”면서 “의견을 종합해 대통령이 제시한 교류 대화, 비핵화, 남북관계 정상화 추진을 위해 한 팀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국가성을 공식 명칭 ‘조선’으로 호칭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엔 “국민적 동의가 있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표했다.
비핵화 전략과 관련해 정 장관은 “오늘 이 시간에도 북한의 우라늄 원심분리기가 4곳에서 돌고 있다”며 “(북한의) 90% 이상 고농축 우라늄 보유량을 2천㎏까지 추정한다”고 밝혔다. 그는 북핵 문제 해결 방식에 대해 “제재를 통해 북핵을 포기한다? 가능성 없다”고 강하게 말했다. 돌파구로는 북미 정상회담을 언급했다.
9·19 군사합의 복원에 관해 이재명 대통령이 선제적·단계적 조치를 천명한 데 대해 정 장관은 “9·19 합의가 완전히 복원되기 전이라도 군사분계선 일대 사격훈련과 실기동훈련을 중지하는 것이 맞다”며 “통일부 입장이고 국방부와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남북 대화와 교류, 비전향 장기수 북송 등 현안에 대해선 “내부 방침은 정해져 있지만, 남북대화 채널을 통해 서로의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밝혔고, 우크라이나에 억류된 북한군 포로 국내 송환과 관련해선 “우크라이나 정부가 부정적임을 전해 들었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날 정부 내 상반된 남북관 입장과 북핵 대응법을 둘러싼 논쟁으로, 향후 국가 정책 조율과 한반도 정세의 향배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통일부 등 관련 부처들은 남북관계 정상화와 비핵화 추진을 위한 협의를 지속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