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진단부터 맞춤치료까지”…파킨슨병 정밀의료 확장된다
파킨슨병의 조기진단과 치료 패러다임이 인공지능(AI)과 정밀의료 기술로 급속히 바뀌고 있다. 국내 파킨슨병 환자는 최근 5년간 14% 증가해 14만명을 넘어섰다. 세계적으로도 파킨슨병 환자 수는 2050년 2500만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인구 고령화와 맞물려, 업계는 AI 진단부터 맞춤약물, 뇌심부자극술(DBS) 등 IT·바이오 융합 기술 도입이 ‘삶의 질 경쟁’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파킨슨병은 도파민을 생성하는 뇌 신경세포가 감소해 발생하는 만성 퇴행성 질환이다. 국내 환자 수는 2023년 기준 14만3441명으로 2020년 대비 13.9% 증가했다. 주요 증상은 떨림, 움직임 저하, 근육 경직, 자세 불안정 등 운동장애와 함께 수면장애, 후각저하, 우울감 같은 비운동 증상도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초기에는 움직임 둔화, 한쪽 팔 흔들림 감소 등 미묘한 변화로 시작해 진단이 쉽지 않다.

기존 파킨슨병 진단은 증상·진찰 위주의 임상평가와 뇌 MRI, 혈액검사를 활용했으나 최근에는 AI 기반 운동분석, 도파민 수송체 PET·SPECT, 후각검사, 수면분석 등 IT와 융합된 고정밀 진단법이 급부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손글씨·움직임 패턴 데이터를 학습해, 기존 임상에서 놓칠 수 있는 초기 신경 신호를 정량적으로 포착한다. 실제로 AI 분석의 경우, 진단 정확도와 조기 발견 가능성이 기존 방법보다 10~30% 높아졌다는 연구도 보고됐다.
치료 역시 맞춤형으로 진화 중이다. 파킨슨병은 완치가 어렵지만, 도파민 보충제 등 약물요법과 함께 개인별 유전자·증상·생활패턴을 반영한 투약 및 뇌심부자극술(DBS) 등 비약물 치료가 확대되고 있다. IT 기반 복약관리, 운동·재활 데이터 트래킹, 스마트워치 등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이 환자 일상에 접목되면서 치료 순응도와 효과도 점차 개선되는 추세다.
글로벌에서는 영국, 미국 등에서 AI 진단 플랫폼이 정식 의료현장에 도입됐다. 삼성 등 국내 대형병원·IT기업, 스타트업도 AI-정밀의료 협력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NIH, 영국 NHS도 유전체 정보와 IT 기술을 결합한 정밀의료 파킨슨병 연구 프로그램을 확대 중이다.
하지만 데이터 기반 진단기법의 경우 의료기기 인증, 개인정보보호, 기술 표준화 등 제도장벽이 여전히 높다. 식약처, FDA 등 규제기관에서도 AI 기반 진단보조기기 허가 기준 마련, 의료데이터의 안전한 활용 지침을 강화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파킨슨병 진단 및 치료 현장에 정밀의료와 디지털 헬스케어 확산이 환자 예후에 직접 영향을 주는 만큼, 제도적 토대와 윤리적 가이드라인 확립이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유진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는 “파킨슨병은 의학적 치료 못지않게 환자 삶과 정서, 가족의 지지에 대한 통합적 관리가 중요하다”며 “AI 기반 진단과 맞춤치료 도입으로 예방부터 관리까지 패러다임 변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환자 치료 현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