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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장관과 통화 원했다”…이종섭 전 장관, 특검 조사서 2년 만에 실토
정치

“대통령이 장관과 통화 원했다”…이종섭 전 장관, 특검 조사서 2년 만에 실토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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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 격노' 논란의 중심 인물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수행부관이 처음으로 대통령과의 통화 사실을 특검 조사에서 인정했다. 정치적 충돌과 의혹이 증폭된 가운데, 순직해병특검이 대통령 부속실의 통화내역까지 정밀 추적에 나서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육군 김모 중령은 최근 순직해병특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지난 2023년 7월 31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외교안보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격노'했다는 당일 상황을 상세 진술했다. 김 중령은 "회의 당일 오전 11시 53분, 대통령 부속실 직원으로부터 ‘대통령이 장관과 통화하기 원한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자신의 설명대로 이종섭 전 장관의 휴대전화로 대통령 부속실 전화번호(02-800-7070)에서 다시 연락이 왔고, 2분 48초간 통화가 이뤄졌음을 전했다.

통화 이후 이종섭 전 장관은 곧바로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게 연락해 초동조사 기록의 경찰 이첩 보류와 국회·언론 브리핑 취소를 지시했다.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통화에서 이 전 장관에게 사단장 등 특정인을 혐의자에서 빼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종섭 전 장관이 자신 결재로 확정한 보고를 대통령과의 통화 직후 번복했다는 점, 2년간 대통령과의 직접 통화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다가 특검 조사에서야 입장을 바꿨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은 "혐의자에서 특정인을 제외하라는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바 없으며, 모든 결정은 자신의 독자적 판단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검팀은 대통령경호처의 도움 아래 대통령 부속실의 대표번호(02-800-7070) 사용 내역과 당시 통화의 구체 발신자를 확인하고 있다. 해당 번호는 부속실 내 여러 전화기와 회의실에서 공유된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날 오전 중 조태용 당시 국가안보실장과 주진우 당시 대통령실 법률비서관도 해당 번호로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며, 관련자별로 통화 경위와 내용 파악 작업이 확대되고 있다.

 

이번 사건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책임 소재, 이종섭 전 장관의 판단 배경, 대통령 비서진의 보고 및 지시 체계를 둘러싼 진실 공방으로 확장되면서 정국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순직해병특검은 통화내역 분석과 관계자 추가 조사를 바탕으로 대통령실의 개입 여부, 군 수사 보고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집중 규명할 계획이다.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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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윤석열#순직해병특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