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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집행률 35%”…누적 재원만 쌓여, 실효성 논란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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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제도의 집행률 저조가 산업적·사회적 파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상적으로 의약품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중대한 피해를 입은 환자나 유족에게 정부가 보상해주는 이 제도는 지난 2014년 시작됐다. 그간 모인 부담금이 534억5000만원에 이르지만, 실제 피해자들에게 지급된 금액은 188억6000만원(35%)에 불과해, 10년 넘는 기간 동안 345억9000만원이 집행되지 못했다. 업계와 의료계는 제도 홍보 부족과 지나치게 엄격한 심사 기준, 신청 절차 장벽 등을 ‘돈만 쌓이는 피해구제 시스템’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는 원래 의약품 제조·수입자가 출연하는 부담금으로 재원을 조성한다. 제도 도입 후 보상 범위는 장례비, 장애 및 진료비 등으로 확대됐으나, 실제 보상을 받는 사례는 희박한 상태다. 2020년부터 연평균 지급 건수는 150건 내외에 그치고 있으며, 연도별 지급액 역시 20억원 수준으로 추세가 정체돼 있다. 특히 2024년 올해 상반기까지도 집행율 변동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지급률이 저조한 배경에는 제도 인지도의 근본적 한계가 자리한다. 2022년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조사결과, 국민 53.4%가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실제로 피해구제 홍보 예산은 2017년 8200만원으로 삭감된 후 10년째 변동이 없어, 라디오·버스 광고 등 단기성 홍보 외에는 적극적 안내가 이뤄지지 못했다. 이로 인해 부작용 피해자 상당수가 보상 신청 자체를 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해외 주요국에서는 약물 피해보상과 관련, 대중 인지 제고 및 심사 기준 완화 등으로 접근성을 높이는 추세다. 반면 국내는 여전히 피해자 중심 지원체계를 갖추지 못해 국제적 흐름과 격차를 보이고 있다. 특히 투명한 데이터 공개와 보상 프로세스 간소화는 세계 각국에서 제도 신뢰의 핵심 조건으로 제시되고 있다.

 

관련 정책 및 운용구조의 경직성도 논란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주관 기관은 효율적 재원 운용과 부작용 유형별 심사의 전문성 제고를 강조하지만, 제도 활성화와 피해자 우선주의 실현을 병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피해구제 재원의 불용 누적 구조가 지속될 경우, 결국 제도 신뢰에 타격을 줄 우려가 있다고 경계한다.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제도가 존재 의미를 잃지 않으려면, 실질적으로 피해자에게 닿는 구조와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는 신호가 업계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기회에 피해구제 시스템의 전면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본다. 실질적 집행율 제고, 제도 홍보 강화, 정책 참여 유인책 마련이 병행돼야만 제도가 산업 현장과 국민 생활에 효과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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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부작용피해구제#식품의약품안전처#소병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