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전 대통령 질책 인정하나 불법지시 선 그었다”…이종섭 특검 재소환, 정국 파장 확산
채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국방부 내 수사외압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25일 이틀 만에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에 피의자로 재소환됐다. 정치적 갈등의 중심에 선 이 전 장관은 관련 혐의를 두고 특별검사팀의 집중 조사를 받았다.
이날 오전 9시 54분, 서울 서초구 특검사무실에 출석한 이종섭 전 장관은 "조사를 잘 받고 나오겠다"고 짧게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윤석열 전 대통령)의 질책을 임성근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빼라는 지시로 이해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그건 절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23일 첫 피의자 조사에서도 그는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수사 결과를 보고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렇게 줄줄이 엮으면 어떡하냐'고 말한 것이 기억난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VIP 격노' 발언이 수사외압, 나아가 불법적인 지침으로까지 이어진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이종섭 전 장관은 2023년 7월 31일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이른바 'VIP 격노 회의' 직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약 2분 48초간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화 직후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조사 결재를 번복한 사실이 드러나며, 그는 사건 은폐와 외압 의혹의 '키맨'으로도 언급돼 왔다. 아울러, 대통령실 명의 유선전화 '02-800-7070'의 발신자가 윤 전 대통령이라는 점이 밝혀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특검팀은 이 전 장관을 오는 26일과 28일 추가로 소환할 계획이다. 이 전 장관의 조사가 마무리될 경우, 의혹의 정점에 서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조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날에는 임기훈 전 대통령실 국방비서관도 참고인 신분으로 다섯번째 조사를 받기 위해 특검 사무실을 찾았다. 임 전 비서관은 '윤 전 대통령이 수사기록 회수 및 사건 재검토를 지시했는지', '임성근 전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라는 구체적 지시가 있었는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특검에서 다 성실히 말씀드리겠다"고 짧게 답했다. 임 전 비서관은 과거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수사결과에 대해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고 호통쳤다"고 진술한 바 있다. 특검은 현재 확보한 주요 진술과 증거를 임 전 비서관에게 재확인하고 관련 정황을 교차 점검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은 이번 수사 결과에 따라 현 정부의 국방 적폐 청산 의지와 정치적 책임론이 본격적으로 제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야권은 'VIP 격노' 연결고리를 부각하며 공세를 강화하는 반면, 여권은 법적·절차적 하자를 부인하며 방어 논리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실제 윤 전 대통령 소환 조사로 이어질 경우, 내년 총선을 앞둔 정국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는 시각을 내놓고 있다.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은 "이번 주 이종섭 전 장관에 대한 추가 조사를 통해 의혹 규명을 위한 수사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은 이번 사안을 둘러싸고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