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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노는 맞았지만 지시는 아니다”…이종섭, 해병특검 두 번째 출석 ‘윤석열 외압설’ 선 그어

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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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논란이 정점에 이르는 가운데,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이명현 해병특검이 정면 대립했다. 해병대 윤 일병 사건을 둘러싼 외압·은폐 의혹이 재조명되며, 대통령의 ‘VIP 격노 회의’ 이후 파장이 커지는 모양새다. 특검의 이종섭 피의자 신문이 본격화되자 정치권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은 25일 오전,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서울 서초구 특검사무실로 재소환해 피의자 조사를 진행했다. 이 전 장관은 출석 직전 “조사를 잘 받고 나오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질책을 임성근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빼라는 의미로 이해했느냐’는 질문에는 “그건 절대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특검팀은 이 전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 피의자로 지난 23일 첫 소환 후, 이틀 만에 다시 불러 조사했다. 당시 이 전 장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렇게 줄줄이 엮으면 어떡하냐"고 질책한 사실을 진술했다. 그러나 그는 “질책성 발언일 뿐 수사 대상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빼라는 지시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윤 전 대통령의 ‘격노’가 감정적 불쾌 표출에 한정된다는 주장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3년 7월 31일, 대통령실 회의인 이른바 ‘VIP 격노 회의’ 직후 이 전 장관과 약 2분 48초간 유선 통화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이 전 장관은 해병대 수사단 초동조사 결재를 번복해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돼왔다. 대통령실 명의 ‘02-800-7070’ 전화가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이 건 전화임이 확인되자, 외압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정치권에선 여야 간 공방이 가열됐다. 여당은 “특검 수사는 지나친 정치 공세”라고 주장하며 신중한 접근을 촉구하는 반면, 야당 측은 “윗선의 조직적 은폐·외압 의혹이 점점 드러나고 있다”며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특검의 이번 조사 방향이 ‘윤석열 책임론’으로 옮겨갈 경우, 현직 대통령까지 겨냥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국은 ‘해병특검–윤석열 외압설’이라는 민감한 지점을 향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번 주 이종섭 전 장관에 대한 집중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특검 관계자는 “26일과 28일에도 소환조사를 예정 중”이라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조사가 마무리되면, 곧바로 윤 전 대통령 조사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국회는 채상병 사건 외압 논란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으며, 정치권은 이종섭–윤석열 두 ‘윗선’의 개입 여부를 두고 정면 충돌하고 있다. 특검팀이 향후 윤 전 대통령 조사로 수사를 확장할지 주목된다.

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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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윤석열#해병특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