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짝 부숴서라도 의원 끌어내라”…윤석열 전 대통령, 비상계엄 당시 강경 지시 파문
정치적 충돌의 중심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이 다시 한 번 맞붙었다. 비상계엄 당시 윤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들을 물리력으로 끌어낼 것을 지시했다는 증언이 법정에서 나오며, 정치권과 여론이 격랑에 휩싸였다. 지난해부터 이어온 내란 및 직권남용 혐의 재판에서 나온 관련 발언은 향후 정국 운영과 국민 신뢰에 중대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재판에서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은 “비상계엄 하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화폰으로 ‘문짝을 부숴서라도 안에 있는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이날 법정에 4개월 만에 출석한 윤 전 대통령을 향해 곽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두 차례 통화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곽 전 사령관은 내란 특별검사팀의 질문에 “윤 전 대통령 지시는 명확히 기억한다. 당시 YTN 화면을 통해 의결정족수를 걱정했던 대화 상황이 뚜렷하다”고 답했다. 이어 “자수서에는 부담이 있어서 ‘부수고’를 ‘열고’, ‘끄집어내라’를 ‘데리고 나와라’라고 썼다”고 말해 법정 분위기는 한층 진지해졌다.
특히 그는 12월 3일 오후 11시 36분과 다음날 오전 0시 31분, 두 차례에 걸쳐 윤 전 대통령과 통화했으며 “시간이 간다고 잊히는 게 아니다”라며 감정이 북받친 듯 울먹이기도 했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이 ‘도끼를 사용하라’는 구체적 지시는 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곽 전 사령관은 국회의사당 표결 관련해 김현태 전 707특임단장에게 “전기를 끊을 수 있느냐”고 질문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는 개인적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주어진 상황에서 “150명 이상의 의원이 모이면 안 된다”는 현장 판단도 공유했다고 증언했다.
더불어 곽 전 사령관은 작년 10월부터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 ‘특별한 방법’ 등 강경 대응을 예고하는 발언을 이어왔다는 점도 재확인했다. “윤 전 대통령이 직접 ‘계엄’이란 단어를 쓰진 않았으나, 주요 장소를 확보하고 비상대권 행사, 특별한 방법 필요성 등을 반복적으로 언급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9일 진행된 또 다른 고위 장성 회동에서 윤 전 대통령이 “특별한 방법이 아니고서는 해결 방안이 없다”고 말했으며, 본인은 이를 “비상계엄”으로 이해했다고 밝혔다.
한편, 윤석열 전 대통령은 이날도 별도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채 법정을 떠났다. 정치권은 증언의 파장과 신빙성을 두고 공방을 이어갔다. 여당은 “증언의 일관성과 오류 여부부터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며 신중론을 펼쳤고, 야당은 “윤 전 대통령의 권력형 국회개입 시도를 국민 앞에 명명백백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곽 전 사령관의 울먹임이 진정성의 표출이라는 해석과 함께, 당시 국회의장이던 인물의 추가 진술 필요성도 제기됐다.
정국의 향배를 두고 전문가들은 “법정 증언의 구체성과 시점, 통화내역 등 객관적 자료와의 대조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내란 혐의 재판 결과에 따라 정치적 책임론이 더욱 거세질 수 있는 만큼, 대법원 판결과 함께 여야의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날 법원에서 벌어진 곽 전 사령관의 증언과 윤 전 대통령의 침묵은 정치권에 다시 한 번 파문을 던졌다. 향후 국회는 관련 증언의 진위와 책임 소재를 두고 치열한 논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