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타점 질주”…문보경, LG 역사 새로 썼다→기록 경신 어디까지
숨 한 번 내쉴 틈도 없이, 잠실을 가로지르는 문보경의 방망이 끝이 새로운 역사의 목전에 다가섰다. 팬들은 스탠드를 가득 채우고, 문보경의 타석마다 숨죽이며 손끝에 작은 떨림을 함께한다. 지금 이 순간, LG 토종 타자 가운데 처음으로 2년 연속 100타점 시대를 열 한 걸음 앞두고 있다.
22일과 23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을 마친 뒤 LG는 압도적 기대감을 등 뒤에 품었다. 두 경기에서 문보경은 5타점과 1타점을 연이어 보태 시즌 99타점 고지를 점했다. 단 한 개, 100번째 타점만 추가하면 LG 트윈스 구단 최초 2년 연속 100타점이라는 진귀한 이정표를 마주하게 된다. 지난해 자신이 세운 101타점에 맞서 또 한 번의 기록 경신이 가능한 셈이다.

현역에서 이 같은 흐름을 이어온 LG 타자는 아직 없었다. 김현수가 단일 시즌 세 번 100타점을 기록했으나, 연속 시즌은 이뤄지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 오스틴 딘이 2024년 132타점으로 구단 단일 시즌 최다 타점 기록을 갖고 있지만, 올해 부상 여파로 66타점에 머물렀다.
올 시즌 문보경의 성적은 어느 방향에서나 돋보인다. 118경기에서 99타점, 24홈런, 81득점, 장타율 0.505, 출루율 0.386을 남겼다. 타점 리그 2위, 홈런 3위, 득점 공동 4위다. 장타율과 출루율 모두 9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세부 지표인 wRC+는 159.6으로 리그 3위,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WAR)도 4.98로 4위에 올라 있다. 지난해 22홈런을 넘는 24홈런으로 이미 한 시즌 개인 기록도 갈아치웠다.
염경엽 감독은 시즌 절반을 넘어가며 문보경, 박동원, 오지환 세 명의 분전에 힘을 실었다. 전반기 86경기에서 타율 0.287, 14홈런, 63타점을 남긴 문보경은 후반기 30경기에서 타율 0.306, 10홈런, 36타점의 놀라운 속도로 상승했다. 홈런 역시 후반기 공동 1위, 타점은 단독 1위에 오르며 4번 타자의 무게를 새롭게 증명했다. “기대치가 높아진 만큼 기준도 높이겠다”는 문보경의 다짐에 수치가 화답하고 있다.
LG 트윈스는 문보경 활약을 앞세워 선두 자리를 단단히 굳히는 중이다. 시즌 마지막까지 페이스가 이어진다면 단일 시즌 120타점까지도 가능한 상황이다. 지금까지 LG에서 100타점을 넘어선 선수는 찰스 스미스, 조인성, 채은성 등에 이어 2023년의 문보경이 이름을 올렸으나, 토종 선수가 2년 연속 100타점을 쌓는 것은 새로운 장면이다. 김현수와 채은성의 국내 선수 한 시즌 최다 기록 119타점에 도전하는 길목에 선 셈이다.
뜨겁게 물든 여름밤, 팬들은 잠실의 4번 타자가 또 한 번의 벅찬 순간을 선사하길 기다리고 있다. 홈런 아치 너머 속삭여지는 LG 토종 신기록, 그 마지막 발걸음이 가까워졌다. LG 트윈스의 남은 시즌은 문보경이라는 이름과 함께, 2년 연속 100타점 이상의 의미를 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