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대북방어 주도적 역할 필요”…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차관, 국방지출 확대 요구 파장
대북 방어와 국방지출 문제를 놓고 한미 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이끄는 행정부의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차관이 한국의 방위 역할 확대와 국방예산 증액을 공개적으로 요구함에 따라 한미 동맹을 둘러싼 정치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콜비 차관은 지난달 31일 엑스에 “한국은 북한에 맞선 강력한 방어에서 더 주도적 역할을 맡으려 하고, 국방지출에서 롤모델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과 미국은 동맹 현대화 필요성에 긴밀히 연계돼 있다”며 “공동 위협 방어와 전략적으로 지속가능한 동맹 구축을 위해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들에 국방비 확대와 역할 분담을 강력히 주문한 국면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특히 ‘대북방어에서 한국 주도 역할’ 언급은 미국이 인도·태평양 군사력 집중을 위해 한반도 재래식 전력 운용을 한국에 더 의존하겠다는 전략적 방향과 연결된다는 평가다.
국방비 증액에 관한 요구도 명확히 드러났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이어 아시아 동맹국들에도 국내총생산(GDP) 5% 수준의 국방비 지출을 압박하고 있다. 한국 국방부에 따르면 현재 국방예산은 GDP의 2.32%지만, 5% 달성 시 두 배 이상 상승하게 된다. 미국 국방부 대변인 또한 6월 19일 성명을 통해 “아시아 동맹국도 GDP의 5%까지 국방비를 확대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콜비 차관의 발언이 최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재논의를 촉진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기에 시작된 전작권 전환 논의는 그간 속도를 내지 못했으나, 미국이 대북 전력 배분을 한국에 요구하고 나섬에 따라 동맹 내 역할 구도가 변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콜비 차관이 언급한 ‘동맹 현대화’와 ‘전략적 유연성’은 중국 견제와도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실제로 콜비 차관은 주한미군의 활동 반경 확대, 나아가 대만사태 유사시 일본·호주 등과의 군사 협력을 역설해 왔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그가 일본·호주 국방당국자들과 면담하며 중국 충돌 시 역할 분담을 요구했다고 보도, 동맹 전체의 안보 전략 수정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정치권은 이번 콜비 차관 발언을 두고 “한미동맹 주도권과 국방비 부담이 크게 재조정되는 신호탄”이라는 우려와 “미국의 글로벌 전략 속 한국 위상 강화의 계기”라는 상반된 평가를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방예산의 급격한 확대는 국가 재정과 여론을 자극할 수 있고, 전작권 전환 등 군사주권 문제도 다시 논쟁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트럼프 행정부와의 의견 조율이 쟁점이 된 가운데, 한미 정상회담 이후 양국 국방 협력이 어떤 방향으로, 얼마만큼의 부담 분담으로 조율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는 향후 한미동맹 내 역할 분담과 국방지출 기준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놓고 검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