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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계승과 반집의 기적”…김지석·박상진·목진석, 본선 무대로→11월 제주 각국 대결 불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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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계승과 반집의 기적”…김지석·박상진·목진석, 본선 무대로→11월 제주 각국 대결 불붙는다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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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대국장에서 손끝이 떨렸다. 오랜 집중과 응원의 물결이 교차했던 결승 무대. 김지석은 노련한 수읽기로 권효진을 압도했고, 박상진은 301수의 접전 끝에 단 반집 차로 자오천위를 꺾으며 관중의 심장을 쥐었다 폈다. 목진석은 이창호와의 치열한 승부에서 백 불계승을 거두며 10년 만에 본선 복귀의 기쁨을 안았다.

 

삼성화재배 월드바둑 마스터스가 서른 번째 봄을 맞은 올해, 한국 대표로 확정된 세 명의 선수들은 경기 내내 높은 집중력과 흔들림 없는 전략으로 눈길을 끌었다. 김지석 9단은 2014년 우승자의 무게를 다시 품으며 권효진을 불계로 물리쳤고, 박상진 9단은 중국 강호 자오천위에게 마지막 한 수까지 밀리지 않는 투혼을 보여줬다. 시니어조 목진석 9단은 오랜 공백을 딛고 이창호를 258수 만에 백 불계승했다. 오유진은 아깝게 탕자원에 패해 본선 문턱을 넘지 못했다.

“불계승·반집승 쟁취”…김지석·박상진·목진석, 삼성화재배 본선 진출 / 연합뉴스
“불계승·반집승 쟁취”…김지석·박상진·목진석, 삼성화재배 본선 진출 / 연합뉴스

이번 통합예선은 11개 일반조 외에도 시니어, 여자, U-20, 월드조 등 다채로운 대결 구도로 치러졌다. 예선통과자 3명을 포함해 신진서, 박정환, 강동윤, 신민준, 변상일, 안성준 등 한국 총 9명이 제주 본선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은 일반조 강세에 힘입어 무려 18명의 본선행을 결정지었으며, U-20조까지 신예들이 대거 합류했다. 일본·대만은 모두 예선통과에 실패해 티켓 확보에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월드조에서는 베트남의 2006년생 하꾸윈안이 유럽 대표 롭 반 자이스트를 꺾어, 여자 선수로는 월드조 신설 후 최초로 본선에 진출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하꾸윈안은 한솔섬유배 베트남 전국바둑대회 여자부에서 6년 연속 정상에 오른 실력자다. 지도자인 이강욱 3단은 “한국 바둑계의 관심과 교류가 베트남에 큰 힘이 됐다”며 흐뭇한 마음을 전했다.

 

2025 삼성화재배 본선은 11월 제주 서귀포시 휘닉스 아일랜드에서 열린다. 예선통과자 15명과 국가시드, 와일드카드 등 총 32명의 각국 대표가 토너먼트로 맞붙는다. 우승 상금은 3억원, 준우승은 1억원이다. 제한 시간은 각자 2시간, 초읽기 5회가 적용된다.

 

본선 진출자는 신진서, 박정환, 강동윤, 신민준, 변상일, 안성준, 김지석, 박상진, 목진석(한국), 딩하오, 당이페이, 탕자원, 푸젠헝(중국), 쉬하오훙(대만), 하꾸윈안(베트남) 등 세계 최강 바둑인들이 총집결한다. 와일드카드는 추후 지정될 예정이다.

 

긴장과 환호가 번갈던 예선 무대는 끝났다. 이제 제주에서, 바둑의 본질과 인간의 한계가 다시 한 번 맞붙는다. 삼성화재배 월드바둑 마스터스 본선은 11월, 서귀포 휘닉스 아일랜드에서 그 ‘한 수’의 역사적 순간을 기다린다.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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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석#박상진#목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