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유성, 쏟아진 유언설 뒤안길”…개그계 대부, 폐기흉 앞 순간→남긴 딸에 울음 번지다
한국 코미디 무대를 오랜 시간 사로잡았던 전유성이 스러졌다. 환한 미소와 번뜩이는 재치로 무대를 가득 메웠던 전유성의 존재는 폐기흉이라는 병마 앞에서 점점 희미해졌고, 세간에 유언설과 위독설이 고개를 들던 끝에 잔잔한 고별을 맞았다. 남은 딸 제비와 유족들의 슬픔이 밤이 깊은 빈소에 여운처럼 머문다.
전유성은 지난 6월 기흉 진단 후 시술을 받으며 위태로웠다. 급기야 지난 25일 오후 폐기흉이 악화해 76세를 일기로 세상을 등진 사실이 한국방송코미디언협회를 통해 전해졌다. 딸 제비를 유족으로 남겼으며,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됐다. 장례는 오랜 시간 곁을 지켜온 희극인들과 함께 희극인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한국 코미디의 굵직한 선을 그려온 전유성은 1969년 방송작가로 출발해 ‘전유성의 쑈쑈쑈’, ‘유머1번지’, ‘쇼 비디오 자키’, ‘개그콘서트’ 등 국민 예능을 탄생시켰다. 전유성은 희극인에서 나아가 ‘개그맨’이라는 단어를 예능계에 처음 불어넣으며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줬고, 이에 ‘개그계의 대부’로 불리며 새로운 코미디 문화의 아이콘이 됐다.
방송뿐 아니라 저술가로도 이름을 남겼다. ‘1주일만 하면 전유성만큼 한다’ 시리즈, ‘남의 문화유산 답사기’, ‘조금만 비겁하면 인생이 즐겁다’, ‘전유성의 구라 삼국지’ 등 곳곳에 그의 유쾌한 시선이 녹아 있다. 1993년 가수 진미령과 결혼했다가 2011년 이혼했으며, 2018년엔 남원으로 옮겨 딸 내외와 담담히 일상을 이어왔다.
전유성을 둘러싼 위독설과 유언설만큼이나 세월의 무게가 진하게 묻어난 기일이다. 세상이 그를 떠나보낸 지금, ‘개그계의 대부’가 딸과 후배, 그리고 코미디를 사랑한 이들에게 남긴 웃음과 온기가 한동안 빈소의 공기를 채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