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유동화로 AI 투자 재원”…SK텔레콤, 판교 사옥 SK리츠 매각 단행
SK텔레콤이 인공지능(AI) 사업 확대에 필요한 투자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주요 자산 매각에 나섰다. 30일 SK텔레콤은 SK플래닛 판교 사옥을 계열사 SK리츠에 2156억9900만원에 매각한다고 공식 밝혔다. 이번 매각은 SK텔레콤이 AI 데이터센터, AI 에이전트 등 신규 비즈니스 본격 진출을 선언하며, 대규모 투자에 필요한 자금 마련 전략의 일환으로 업계에 주목된다. 특히 2019년 SK블래닛에서 59.8%의 사옥 지분을 779억원에 취득했던 SK텔레콤이, 다시 계열사에 건물을 매각한 뒤 임차하는 구조를 취한 점이 특징이다.
SK텔레콤은 자산 매각 이후에도 건물을 재임차해 SK플래닛이 그대로 사옥으로 사용한다. 임차 거래 금액은 477억4700만원으로, 보증금은 78만9000만원, 연간 임차료는 465억2400만원에 달한다. 임차 기간은 2024년 5월 26일부터 2030년 11월 25일까지로 확정됐다. 통신업계에서는 SK텔레콤의 이번 매각이 단순한 부동산 거래를 넘어, 공격적 AI 투자 계획과 연계된 재무 전략으로 풀이하고 있다.

기존 대비 이번 자산 유동화 방안은 재원 마련의 효율성을 높여 신사업 추진의 탄력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SK텔레콤은 2023년 9월 AI 사업 전담 CIC(사내회사)를 신설하고, 5년간 약 5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예고했다. 2030년까지 연 매출 5조원 달성을 목표로 내세우며 글로벌 AI 경쟁 구도 속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선언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교 사옥 매각이 AI 중심 미래 사업 구조 전환의 발판이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국내외 주요 통신사 역시 5G를 넘어 AI,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등 신성장 분야에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미국 AT&T, 버라이즌, 일본 NTT 등도 자산 매각이나 합작사를 통한 유동화 전략을 활용, AI 및 데이터 비즈니스 영역 확장에 재투자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사업구조조정은 기술 패러다임 전환기에 새로운 산업 재편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편, SK텔레콤이 대형 자산 매각에 나선 배경에는 최근 하락세를 기록한 실적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SK텔레콤은 올해 경영 가이던스를 기존 17조8000억원에서 17조원으로 하향했다. 아울러 4월 발생한 유심 해킹 사고에 따른 5000억원 규모의 고객 보상 여파로 2023년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484억원으로 전년보다 90.2% 감소했다. 별도 기준으로 분기 영업이익은 522억원 적자 전환, 2000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금융시장과 산업계는 SK텔레콤이 대규모 AI 투자를 현실화하기 위한 자산 유동화 제도가 IT·바이오 융합 시대 경쟁 구도의 핵심 전략 중 하나로 작용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결국 기업 체질 개선과 미래 산업구조 전환을 선점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