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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아래 고즈넉함을 걷다”…함평에서 만나는 천년의 가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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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아래 고즈넉함을 걷다”…함평에서 만나는 천년의 가을 풍경

한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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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을의 문턱에서 함평을 찾는 이들이 조금씩 늘었다. 낯설게 느껴졌던 남도의 작은 고장이 이제는 여행자들의 마음에 조용한 위로가 돼준다. 계절이 옷깃을 고쳐 입자, 함평의 하늘엔 구름이 너울거리고 길섶엔 깊은 자연과 시간이 어우러진다.

 

오늘 함평은 구름이 많고, 25도 안팎의 기온에 남동풍이 부드럽게 스친다. 낮과 밤의 온도 차가 선선한 바람결처럼, 이곳의 풍경과 분위기도 남다르다. 청명한 하늘을 곁에 두고 걸음을 옮기다 보면, 용천사 숲길이 여행자의 심신을 조용히 감싼다. 천년 고찰인 용천사는 한층 깊어진 가을의 색 속에서 맑은 바람과 새소리를 들려준다. 고즈넉한 경내와 한적한 산기슭은 문득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공간이다. 방문객들은 “도시에서 숨 막히게 바빴는데, 여기선 마음까지 씻기는 기분”이라고 고백한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함평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함평

이런 풍경의 변화는 가족 단위 여행객들에게도 새로운 경험을 안긴다. 함평세계나비곤충엑스포공원은 싱그러운 식물들과 나비, 곤충들이 어우러진 생태 체험 공간이다. 아이들은 제각각의 색과 모양을 뽐내는 나비를 따라다니며 자연의 신비에 눈을 크게 뜬다. 넓은 공원에서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마음이 가벼워진다”고 한 시민은 표현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도심을 벗어나 자연 친화 경험을 찾는 수요가 꾸준히 증가했다”며 “함평처럼 정서적 안식과 생태적 다양성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곳이 그 해결책이 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또 다른 이정표는 자산서원이다. 조선 시대의 역사와 학문이 녹아든 이곳에서는 옛 선비들의 숨결과 학구열을 더듬을 수 있다. 고풍스러운 전각과 주변의 잔잔한 자연이 묵직하고 따스한 시간으로 다가온다. 어른들도 아이들도, “이런 고요함이 참 그립고 새삼 소중하다”고 느껴 본다.

 

여행과 일상은 사실 습관과 용기의 문제일지 모른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함평이 이렇게 예쁜 곳인지 몰랐다”, “짧은 1박 2일이었지만 다시 꼭 오고 싶다”는 마음도 이어진다. 가을, 그 문턱에서 마주한 함평의 생태와 역사 속에는 계절을 타고 흐르는 우리네 감정과 소망이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작고 사소한 여행이지만, 그곳의 고요함과 자연은 우리의 삶에 잔잔한 리듬을 더해 준다. 이번 가을, 기분 좋은 바람과 함께 조금 달라진 마음으로 일상에 돌아올 당신을 위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한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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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평#용천사#함평세계나비곤충엑스포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