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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t급 이상 핵잠수함 4척 확보 추진”…안규백·강동길, 자주국방 전략자산 강조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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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추진 잠수함 사업을 둘러싼 군 당국과 정계의 논쟁이 다시금 분수령을 맞았다. 2030년대 중반 이후를 목표로 5천t급 이상 핵추진 잠수함 4척 이상을 확보하는 방안이 논의되며, 자주국방의 상징인 핵무장 전략자산에 대한 주목도가 커지고 있다.

 

30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종합국감에서 강동길 해군참모총장은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의 질의에 “장보고-Ⅲ 배치-Ⅲ 건조 착수 시기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면서도, “결정이 난다면 10여 년이 소요되기에 건조 완료 시기는 2030년대 중반 이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강 총장은 “향후 건조될 핵추진 잠수함의 배수량은 5천t 이상이 될 것”이라며, 연료와 관련해선 “평화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우라늄 농축 20% 이하 수준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자리에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도 핵잠수함 4척 이상 도입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해군과 협의해야하겠지만 최소 4척 이상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고,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의 질문엔 “핵추진 잠수함 건조 여건을 이미 상당수 갖췄고, 마지막 남은 연료 문제도 미국의 협조로 완결점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호주 사례처럼, 미국으로부터 원자력 연료를 수급받기 위한 별도 협정 체결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핵추진 잠수함을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할 수 있다고 밝히자, 한미간 추가 논의가 불가피해지는 양상이다. 안규백 장관은 “이 문제에 대해 한미 양국 간 추가 논의를 반드시 해야 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국내에서 잠수함과 소형 원자로를 생산하고 농축 우라늄만 미국에서 공급받는 방향이었다”는 유 의원 질의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다만 당일 새벽 트럼프 대통령 SNS 발언과 관련해 ‘필리조선소에서 건조된다면 미국 기술 지원을 받아 대형급 잠수함으로 건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엔 “파악해봐야겠다”며 조심스러운 자세를 비쳤다. 강 총장도 필리조선소 관련 시설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많이 걸리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핵추진 잠수함 실전배치가 북한의 SLBM 잠수함 전력과 대칭 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군 수뇌부는 전략적 가치를 강조했다. 안 장관은 “디젤 잠수함은 북한이 준비 중인 핵 잠수함을 능가하기 어렵지만, 핵추진 잠수함 확보는 자주국방의 결정적 전기”라고 평가했으며, 강 총장도 “북한 SLBM 잠수함에 즉각 대응 가능한 전력이자 다양한 해양 위협 억제 효과가 있다”고 거들었다.

 

군 당국은 사업단 구성과 조선소 실사 등 건조 준비 작업을 이미 시작한 상태다. 안 장관은 “TF를 꾸려 운용능력, 건조 위치 및 참여 기업 등 신사업 ‘ABC 단계’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핵잠수함 사업의 총리실 직속 국책 사업 전환 요청에도 “유관 부서와 유기적 협력 체계를 구축해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는 핵추진 잠수함 관련 쟁점과 향후 한미 추가 논의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정부는 미국과의 협력, 국내 조선 역량 확보 방안 등 핵심 사안을 다방면에서 점검해 자주국방 실현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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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백#강동길#핵추진잠수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