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코·이우환 그림 깊이 파고든다”…특검, 김건희 취향 매개로 ‘맞춤뇌물’ 의혹 추적
추상회화 거장 이우환 화백과 세계적 추상표현주의 작가 마크 로스코를 고리로 김건희 여사의 미술 취향이 뇌물 의혹의 변수로 떠올랐다. 김상민 전 부장검사가 김 여사의 취향에 맞춰 이우환 화백의 그림을 ‘맞춤형 뇌물’로 건넸다는 의심을 둘러싸고 특검팀의 수사가 본격화됐다. 김건희 여사가 그림 구입과 관련해 진술을 거부하면서 정치권 격돌이 예고되는 양상이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25일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 사무실로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미술 취향을 상세히 추궁했다. 특히 “여사님 취향을 알아봐 달라”는 김상민 전 부장검사와 미술품 중개인 강모씨 간 문자 메시지에 주목했다. 특검팀은 이들이 김 여사가 즐겨 찾는 박서보, 윤형근 등 추상회화 대가 작품을 선호한다고 파악한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은 이우환 화백의 ‘점으로부터 No. 800298’을 김 전 검사가 1억4천만원에 사 김건희 여사 측에 전달했으며, 이 과정에서 2023년 총선 공천 청탁 등 대가성이 있었는지가 쟁점이 되고 있다. 특검팀은 그림 구입에 개입한 강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줄 그림에 여사님 취향이 중요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김 전 검사가 그림 선택에 적극 관여한 배경을 파헤치고 있다.
특검팀은 김 여사가 과거 전시기획자 시절 마크 로스코 작품을 국내에 대규모로 들여와 전시했던 점도 주목한다. 2015년 코바나컨텐츠 대표로 로스코 작품 50점을 소개하며 미술계 영향력을 과시했고, 작년 9월에는 로스코의 자녀들과의 만남까지 이어졌다. 이에 따라 특검은 김 여사가 꾸준히 추상대가를 선호해왔는지, 김상민 전 검사가 이러한 취향 정보를 공천 등 특정 이익과 맞바꾼 것인지에 수사의 초점을 모으고 있다.
반면 김건희 여사 측은 “이우환 화백 그림은 위작 논란이 많아 사적으로 소장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로 의혹을 일축했다. 앞서 김 여사는 6월 특검 소환조사에선 관련 내용을 부인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진술을 거부했다. 해당 작품은 한국화랑협회와 한국미술품감정센터에서 각각 위작과 진품이라는 엇갈린 결과를 내놓으며 진위 공방도 격화되는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김 여사 취향을 빌미로 한 맞춤형 뇌물 수수 수사가 향후 정국의 뇌관이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동시에 미술품 시장과 전시기획 전력, 위작 논란 등 다양한 쟁점이 혼재하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민중기 특검팀은 김건희 여사 취향 규명에 집중하며 수사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정치권은 특검 수사 결과와 김상민 전 부장검사 관련 공천 청탁 의혹이 향후 정국 전개에 변수가 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