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선두 질주”…이일희, 숍라이트 12년 만의 우승 도전→최종 라운드 향한 집중
잔잔한 미소와 결연한 의지가 교차하던 출발선. 이일희는 12년 만의 우승 꿈을 품은 채, 갤러웨이의 그린 위에서 차분한 집중력을 선보였다. 구름 낀 코스 아래에서 마주한 환호와 긴장감, 마지막까지 각오를 다진 선두의 표정이 현장을 단숨에 이끌었다.
이일희는 8일 미국 뉴저지주 갤러웨이에서 치러진 미국여자프로골프투어 숍라이트 클래식 2라운드에서 3언더파 68타를 적어내며, 합계 11언더파 131타로 단독 선두를 확보했다. 사이고 마오, 후루에 아야카, 엘리자베스 소콜, 제니퍼 컵초 등 경쟁자들과 1타 차를 두고 최종 라운드 티켓을 쥐었다.

전날과 같은 공동 선두의 흐름을 이어간 이일희는 전반에만 4타를 줄였고, 10번 홀부터는 공격적 샷으로 버디를 끌어냈다. 8번 홀에선 더블보기를 기록했지만, 이내 곧 9번 홀의 안정된 마무리로 뒷심을 드러냈다.
제니퍼 컵초는 7언더파로 데일리 베스트를 기록하며 선두권 경쟁에 뛰어들었고, 사이고 마오는 3번 홀에서 이번 시즌 세 번째이자 드문 LPGA 앨버트로스를 기록했다. 후루에 아야카도 5언더파를 써내며 우승 구도에 가세했다. 리더보드 상위권에서는 각자의 전략과 집중력이 날을 세웠다.
경기 직후 이일희는 후반 허리 통증 속에서도 치료와 의지로 남은 승부에 대한 각오를 전했다. “오늘은 완전히 다른 날이었다. 전반에 버디가 쏟아져 즐거웠고, 내일은 통증 없이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고, “리더보드에서 내 이름을 확인하며 ‘일요일에도 경기할 수 있구나’라는 기쁨을 느꼈다. 최선을 다하며 골프 자체를 즐기겠다”고 힘을 주었다.
이일희와 동갑내기 이정은 역시 5언더파로 공동 6위까지 치고 올라, 분위기를 탔다. 세계랭킹 1위 넬리 코르다는 공동 25위에 올랐고, 고진영, 윤이나, 최근 메이저 우승자 마야 스타르크 등은 컷 탈락으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이일희는 남은 1라운드에서 선두를 최종 지킨다면, 지난 2013년 퓨어실크-바하마 클래식 이후 정확히 12년 만에 LPGA 정상 등극이라는 귀중한 기록을 완성하게 된다. 숍라이트 클래식 우승 시 LPGA 투어 카드도 즉시 확보할 수 있기에, 그의 앞날엔 새로운 서막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 결과에 따라 투어 분위기와 시즌 판도 역시 달라질 수 있다.
언제나처럼 트리밍 된 페어웨이, 그린 위에서 누군가는 승부의 무게를 견디고 누군가는 또다시 희망을 품는다. 땀과 집중, 작은 기쁨이 교차하는 오후의 순간. 숍라이트 클래식 최종 라운드는 오는 9일 새벽 TV 채널과 온라인 플랫폼에서 전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