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완화의료, 진행성 암 생존율 2배로”…서울대병원 등 연구팀, 질적 관리 중요성 입증
질 높은 조기 완화의료가 진행성 암 환자의 2년 생존율을 2배 이상 높이고 우울을 절반 이하로 감소시킨다는 대규모 임상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의료진은 조기 완화의료의 '질적 수준'이 단순한 서비스 제공 여부보다 생존율과 환자의 삶의 질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업계는 이번 연구 결과를 '완화의료 정책의 질적 전환'을 촉진할 분기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윤영호 교수팀과 국립암센터, 울산대병원 등 국내 12개 병원 공동 연구진은 국내 진행성 암 환자 144명을 대상으로 조기 완화의료 서비스의 질적 수준이 정신건강, 자기관리 능력, 생존율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한 다중기관 임상 결과를 22일 발표했다.

연구진은 환자가 체감한 완화의료 서비스 질을 '완화의료 질 평가 설문(QCQ-PC)'으로 정량화했다. 이 점수를 기준으로 질 높은 완화의료군(76명), 질 낮은 완화의료군(68명)으로 나눠 24주간 각 군의 정신건강, 삶의 질, 자기관리 전략, 2년 생존율 등을 장기 추적했다. 그 결과, 질 높은 완화의료군은 우울증 유병률이 24주 후 14.7%로 기존 35.5% 대비 절반 이하로 낮아졌으나, 질 낮은군은 39.1%로 크게 변화가 없었다.
생존율 역시 두드러졌다. 2년 기준 생존율은 질 높은 완화의료군이 25.0%로, 11.8%에 그친 질 낮은군 대비 2배 이상으로 확인됐다. 자기관리 능력(준비·실행 전략 점수)도 18주, 24주 시점 모두에서 질 높은군의 점수 상승폭이 컸다. 연구진은 이에 대해 "완화의료 질이 높으니 환자가 병과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비하고, 더 나은 생존과 정신건강을 달성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국내서는 지금까지 완화의료 제공 여부 및 양적 확대에 초점이 맞춰졌으나, 서비스의 실제 '질적 수준'이 환자 생존과 직접 연결됨이 객관적으로 입증된 최초 연구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통증과 증상 치료(Journal of Pain and Symptom Management)' 온라인판에 게재돼 글로벌 학계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다.
글로벌 의료 선진국에서도 서비스 수준 기반 환자 맞춤형 완화의료가 확대되는 추세다. 미국, 유럽은 임상 평가 지표와 서비스 품질관리가 체계화돼 있는 반면, 국내는 정량적 평가 및 인증 시스템이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윤영호 교수는 "완화의료의 질 관리는 생존과 직결되는 필수 요소"라며 "향후 국내 완화의료 서비스의 질 표준과 평가, 관리시스템 구축이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이번 결과를 계기로 완화의료 서비스의 질적 고도화와 체계적 관리를 위한 정책·표준 마련이 빠르게 추진될지 주시하고 있다. 기술적·윤리적·制度적 균형이 국내 완화의료 발전의 새로운 성장 조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