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7경기 저니맨 투혼”…차베스, 9팀 유랑 끝 은퇴→MLB도 아쉬움 남아
차베스가 메이저리그의 오랜 무대를 뒤로 하고 은퇴를 결정했다. 다양한 유니폼을 번갈아 입으며 자신의 야구 이야기를 써온 차베스는 18시즌 동안 9개 팀을 돌며 657경기를 뛰는 등 야구 인생에 절묘한 마침표를 찍었다. 길었던 시간만큼 차베스의 행적에는 긴장과 아쉬움, 그리고 묵묵한 책임감이 짙게 배어 있다.
차베스는 25일, 한 팟캐스트 방송을 통해 공식 은퇴를 선언하며 자신의 야구 인생을 돌아봤다. 2002년 텍사스 레인저스에 42라운드로 지명된 후 2008년 피츠버그 파이리츠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입성했다. 이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캔자스시티 로열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 시카고 컵스까지 총 9개 팀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왔다.

선발과 불펜을 가리지 않고 팀이 필요로 하는 곳에서 자신만의 몫을 해온 차베스는 657경기 출장, 51승 66패, 78홀드, 9세이브, 평균자책점 4.27의 기록을 남겼다. 특히 18시즌 동안 11차례 트레이드, 10번의 팀 이적을 경험하며, 자신이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이 트레이드된 선수라는 이색 타이틀도 따라붙었다. ESPN과 MLB닷컴은 차베스의 이 같은 독특한 이력을 상세히 전하며 그의 저니맨 인생에 의미를 더했다.
올 시즌 차베스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4경기에 등판해 1패와 평균자책점 9.00을 남기며, 지난 14일에는 구단으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다. 차베스는 최근 “애틀랜타에서 방출된 뒤 야구공을 잡지 않았다”며 은퇴 결심에 대해 담담히 밝혔다. 덧붙여 “42라운드에 지명된 투수로서 메이저리그에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는 소감으로 지난 시간을 스스로 정리했다.
비록 공식적인 은퇴 행사는 예고되지 않았으나, 차베스의 장기 집념과 유랑의 흔적은 메이저리그 구단과 팬들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각 팀 마운드를 책임지던 베테랑이 떠나면서 불펜진 운영에도 미묘한 변화가 예상된다.
오랜 시간 각양각색의 유니폼을 입고 야구공을 쥐었던 손끝의 감각, 흔들림 없는 시선, 팬들의 박수 속에 선 그의 마지막 인사. 마운드를 지켜낸 차베스의 야구는 그렇게 여운을 남기며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