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밀려나는 중간관리자”…IT 업계 구조조정 본격화, 화이트칼라 세대교체 가속
AI 기술의 비약적 발전과 글로벌 경기 침체가 맞물리면서, IT 업계를 중심으로 대규모 구조조정과 인력 재편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부터 KT, LG유플러스, SK텔레콤 등 국내 대기업까지, 40~50대 고연차 화이트칼라를 겨냥한 감원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산업 구조 변화의 분기점으로 평가받는다. 업계는 AI 도입에 따른 업무 자동화와 조직 유연성 강화, 인건비 절감 필요성이 동시에 작용한 '화이트칼라 세대교체'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4년 들어서만 세 차례 대규모 감원에 나섰다. 1월 저성과자 대상 1000명 감원을 시작으로 5월 6000명, 최근에는 9000명 추가 감원을 발표하며 역대 최대 감원 규모를 기록했다. 구조조정 대상은 주로 40~50대 중간 관리자급으로, 복잡한 의사결정 단계 간소화와 신기술 전환 가속화를 위한 인력 재편 전략이 작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IT기업도 인력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KT는 올해 대규모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추진해 과장급 이상 50대 인력 2800명이 회사를 떠났다. LG유플러스는 만 50세, 근속 10년 이상 직원을 중심으로 최대 수억 원대의 위로금을 내걸고 3년 만에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SK텔레콤도 퇴직 위로금 상한액을 3억원으로 대폭 올리며, 조직 내 세대 전환과 인력 슬림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채용 시장에서도 주요 변화가 감지된다. 인사 플랫폼 사람인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국내 IT업계 채용 공고 수는 전년 대비 13.4% 감소했고, 신규 경력직 개발자 채용도 5.3% 줄었다. 한편, IT업계는 AI 기반 자동화와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신기술 확산으로 현업 인력이 더 요구되기보다는 AI 전문 인력과 신입에 집중되는 양상이다.
글로벌 시장 또한 고임금·고경력 인력의 비효율 지적과 AI, 자동화 도입 경쟁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주요 IT기업도 인력 구조조정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어, 중장년층 화이트칼라 인력의 역할 축소가 신(新) 산업 환경의 세계적 현상으로 해석된다.
산업계에서는 단순 구조조정을 넘어, 조직·직무 재설계와 AI 교육, 경력 전환 지원 등 장기적 인력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AI가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현 시점에서, 기업과 인력 모두 혁신 적응력이 관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계는 기술 혁신이 구조조정만큼 조직문화와 생태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