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총리 첫 구속영장 청구”…한덕수, 위증·비상계엄 방조 혐의로 특검 수사 압박
‘12·3 비상계엄’ 책임을 둘러싼 정치권 갈등이 거세지는 가운데,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해 헌정사상 처음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내란 우두머리 방조, 위증,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를 적용한 이번 조치는 정치권과 법조계에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24일 한덕수 전 총리가 국무총리 겸 국무회의 부의장으로서 대통령의 불법적 비상계엄 선포를 막지 못하고 방조하는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국무총리는 대통령 권한 남용을 견제해야 할 헌법상 위치에 있었다”고 지적하며, 행정부 통할권과 국무위원 심의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점을 문제삼았다.

특검팀이 이날 연합뉴스 등에 밝힌 바에 따르면, 한 전 총리는 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했으나, 이는 절차상 합법적 외형만 갖추기 위한 형식에 그쳤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국무위원 정족수 채우기에만 집중한 채 정상적 심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계엄 선포 이후 한 전 총리가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작성한 문건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함께 서명한 뒤, 선포문을 폐기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공식적으로 혐의 내용에 포함됐다.
박지영 특검보는 브리핑에서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자의적 권한 행사를 견제할 수 있는 제1의 국가기관”이라며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음에도 책임을 방기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범죄가 중대하고,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 재범 위험성도 있다”고 부연했다.
이번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한 전 총리가 헌법재판소와 국회에서 ‘계엄 선포문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위증한 혐의도 포함됐다. 실제로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에서 관련 문건을 본 기억이 없다고 진술했으나, 최근 특검 조사에서는 선포문 전달 사실을 시인하는 진술로 입장을 바꿨다.
특검팀은 이미 지난달 한 전 총리 자택과 공관을 압수수색하고, 세 차례에 걸쳐 소환 조사를 진행했다. 구속영장 청구서는 범죄 사실과 필요성을 담아 54페이지 분량으로 제출됐다.
정치권에서는 전직 국무총리에 대한 사상 최초의 구속영장 청구를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특검 수사에 힘을 실으며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정치 보복의 신호탄”이라며 반발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향후 영장 발부 여부에 따라 타 국무위원 수사 속도와 여론 향방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덕수 전 총리에 대한 구속여부는 26일에서 27일 사이 법원에서 열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거쳐 판가름 날 예정이다. 한편, 영장이 발부되면 특검의 다른 국무위원 수사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만일 기각될 경우 남은 의혹 수사에 차질이 예상된다. 정치권은 특검 수사와 법원의 판단에 따라 정국의 향배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