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벽을 따라 흐르는 시간”…수원화성문화제에서 만난 역사와 일상의 교차점
요즘 축제를 찾는 발길이 달라졌다. 예전엔 먹거리와 공연이 전부였다면, 지금은 공간 안의 역사와 이야기를 더 가까이 체험하려는 이들이 많아진다. 그만큼 일상에 남는 감동의 결도 깊어졌다.
수원화성문화제가 열리는 경기도 수원 행궁광장은 그런 변화의 한복판이다. 저녁 노을 아래 장대한 성벽을 따라 퍼레이드가 시작되고, 거대한 빛의 흐름이 길을 연다. 관객들은 200여 년 전 정조대왕이 어머니를 위해 떠났던 행렬을 마치 실시간으로 마주하는 듯한 경험을 나눈다. 주민들이 군사, 신하, 백성으로 분한 ‘능동적 참여’는 축제를 단순한 관람이 아닌, 삶의 기억으로 만든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매년 국내외 관람객들이 수원화성을 찾고, 세계유산 기록과 예술이 만나는 송구영신의 장이 된 셈이다. 특히 정조대왕 능행차는 국내 최대 규모로 재현돼, 전통의 의미에 현대의 에너지를 더한다. 행궁 광장의 실경 공연 ‘수원 판타지 – 야조’, 물 위에서 펼쳐지는 퍼포먼스 ‘선유몽’ 등은 전통과 현대, 과거와 현재의 감각을 아우른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삶 속의 문화융합’이라 표현한다. 문화예술학자 정지윤 씨는 “온가족이 직접 참여하고, 지역주민과 관광객, 외국인까지 한데 어울리는 축제가 현대인의 ‘지금’에 맞닿아 있다”고 느꼈다.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을 축제 안에서 재해석할 때, 훨씬 더 깊은 공감과 애정이 생긴다”고도 덧붙인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아이와 그림을 그리며 옛 조상들을 가까이 느꼈다”, “먹거리가 외부 상점 중심이라 동네 경제에도 도움이 됐다” 등의 목소리가 잇따른다. 실제 축성놀이터, 시민도화서 등 체험형 프로그램에서는 어른과 아이 모두가 함께 기억을 그려 넣는다. 글로벌빌리지에서는 외국인 관람객들이 한국 문화의 결을 몸소 익힌다.
축제의 가장 큰 의미는 일상이 머무는 공간에서 전통과 오늘의 예술이 자연스럽게 중첩되는 데 있다. 먹거리 부스가 아닌 지역 식당에서 식사를 하며, 오래된 도시 풍광과 생생한 무대를 오가며, 가족과 이웃, 낯선 여행객이 함께 걷는다.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같은 역사의 한 페이지 속 주인공이 된다.
수원화성문화제는 단지 1년에 한 번 열리는 지역행사가 아니다. 역사의 숨결과 문화의 온기가 일상에 스며드는 상징이자, 삶의 리듬을 바꾸는 기호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