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각 감소가 신호”…질병청, 파킨슨병 조기진단 연구 주목
신경퇴행성 질환인 파킨슨병의 조기 발견이 의료 현장에서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중뇌 도파민 신경세포 손실로 발생하는 파킨슨병은 근육 경직·운동 저하 등 대표적 운동 장애뿐만 아니라 후각 상실, 수면장애, 인지 저하 등 다양한 비운동 증상을 수반한다. 질병관리청과 국립보건연구원은 국민의 파킨슨병 인식 제고를 위해 증상 소개와 자가진단 방법을 카드뉴스와 모바일 앱(닥터 파킨슨)으로 공개하며, 관련 연구 성과를 9일 발표했다.
최근 4년간 국내 파킨슨병 환자는 12만5927명(2020년)에서 14만3441명(2024년)으로 13.9% 증가했다. 고령화 가속에 따라 환자 규모 역시 지속적으로 늘 전망이다. 문제는 파킨슨병이 디스크나 근골격계 질환, 노인성 변화 등으로 오인돼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지연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파킨슨병 특이적 바이오마커(확진 검사법)는 존재하지 않아, 전문의의 임상 평가와 증상 추적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국립보건연구원의 최근 코호트 빅데이터 연구는 후각 변화가 파킨슨병의 인지 저하를 예측하는 핵심 바이오지표임을 처음으로 규명했다. 초기 환자 203명을 5년간 그룹별로 추적한 결과, 약 86%가 후각 기능 저하를 경험했으며, 후각이 정상에서 저하로 전환된 집단에서 인지 기능 악화가 통계적으로 더 빨랐다. 이는 도파민 신경 손상 정도와 후각 저하 간 상관관계를 객관적으로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다.
후각 기능 평가가 치매 등 인지장애 고위험 환자 선별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학계에서는 후각 변화에 기반한 예후 예측 도구 개발, 맞춤형 치료계획 수립 등 정밀의료 패러다임 전환의 길이 열리고 있다고 본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인공지능(AI) 기반 신경질환 예측, 전용 진단 바이오센서 등 조기진단 솔루션 개발 경쟁이 활발하다. 국내에서도 보건 당국과 연구기관 주도로 국민 포괄 조기 스크리닝 방안, 수치 모델 표준화 등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파킨슨병은 현재 진행 억제 치료법이 부재하며, 약물 및 운동, 재활치료 병행을 통한 증상 완화가 최선인 상황이다. 데이터 기반 정밀진단 체계와 신속한 임상 연구, 환자 맞춤 돌봄 체계 확립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된다.
산업계는 파킨슨병 조기진단용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와 후각 바이오마커 연계 솔루션의 글로벌 시장 진출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기술 상용화와 보험 적용, 의료윤리 및 데이터 보호 이슈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후각 등 비운동 증상에 기반한 조기 예측 플랫폼 개발이 노인성 신경질환 관리 패러다임 전환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실제 임상 적용 및 사회적 수용성 제고를 위한 정책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