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유착 국정농단 의혹 분수령”…통일교 한학자 총재, 구속영장 심사 격돌
통일교 한학자 총재의 구속 여부를 두고 법원과 특검, 한 총재 측이 정면 대립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등 4개 중대 혐의에 대한 구속심사는 윤석열 정권과 통일교를 둘러싼 '정교유착 국정농단' 의혹의 분수령이라는 점에서 그 파장이 크다는 분석이다.
22일 오후 1시 30분,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 주재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특검과 한학자 총재 측은 각각 구속 필요성과 불필요성을 두고 치열하게 맞섰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18일 정치자금법 위반, 청탁금지법 위반, 증거인멸교사, 업무상 횡령 등 4가지 혐의로 한 총재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며, 한 총재가 통일교 총재에 오른 후 범죄 혐의로 구속 위기에 놓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검팀은 "한학자 총재가 세 차례 출석요구에 불응하다 권성동 의원 구속 이후에야 임의 출석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 태도를 보여왔다"며 "증거인멸의 우려가 커 구속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심사에는 통일교 관련 수사팀장 등 검사 8명이 참석했으며, 특검은 420쪽 분량의 구속 의견서와 220쪽의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법원에 제출하며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한학자 총재 측 변호인단은 "총재가 이달 초 심장 시술을 받은 뒤 정상적 산소포화도조차 회복하지 못하고 있으며, 각종 합병증 위험에도 자진 출석해 수사를 회피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특히 검찰·법원 고위직 출신 변호사들이 총력 방어에 나서며 수사의 무리함을 강조, "83세 고령과 건강 악화 등 사정을 감안할 때 구속은 불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학자 총재는 2022년 1월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모 씨와 공모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윤석열 정부의 교단 지원을 요청하며 1억원을 건넨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는다. 또 전성배 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의 목걸이와 샤넬백을 제공하며 현안 청탁을 벌인 혐의(청탁금지법 위반), 교단 자금으로 해당 물품을 구입한 업무상 횡령, 경찰 수사에 대비한 증거인멸교사 혐의도 받는다. 다만, 통일교 측이 대규모 교인 입당을 조직해 권 의원을 지원했다는 정당법 위반 혐의는 이번 구속영장에는 빠졌다.
특검은 최근 국민의힘 당원 명단에서 통일교 교인으로 추정되는 11만여 명이 포함된 사실을 확인했지만, 이들에 대한 신원·투표권 여부 검증이 미진한 점, 자료 보강 필요성을 들어 구속영장에는 해당 혐의를 포함하지 않았다.
통일교 측은 한 총재가 심장, 백내장, 녹내장, 부정맥 등 지병으로 정상 생활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며, "구속은 건강 회복 불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재차 방어에 나섰다. 또한 이미 두 차례의 대규모 압수수색 및 관계자 조사로 방대한 자료가 확보된 만큼, 추가 구속의 실익 또한 없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4시에는 한학자 총재의 최측근이자 통일교 천무원 부원장인 정모 전 총재 비서실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도 진행된다. 앞서 재판에 넘겨진 윤씨의 공소장에는 통일교가 한 총재의 뜻에 따라 국가 운영에 개입하고자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상대로 현안 청탁에 나섰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통일교 측은 금품 제공 등 문제가 윤씨의 개인적 일탈일 뿐 교단 차원의 조직적 개입은 없었다는 해명을 내놨다. 한 총재 역시 대부분의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과 교단 측의 주장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서울중앙지법이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 정치권과 시민사회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치권은 한학자 총재 구속 여부가 '정교유착 국정농단' 의혹의 향후 수사 방향과 여야의 공방, 국민의힘 당내 기류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 판단은 이르면 이날 밤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