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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칩 킬 스위치 없다”…엔비디아, 중국 백도어 의혹 정면 반박
IT/바이오

“AI 칩 킬 스위치 없다”…엔비디아, 중국 백도어 의혹 정면 반박

권혁준 기자
입력

엔비디아가 데이터센터용 AI 칩의 보안 논란을 둘러싸고 중국 당국의 백도어·킬 스위치 의혹을 거듭 일축했다.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이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중심에 선 가운데, 주요 인프라용 칩의 보안 신뢰성이 국제 산업계의 큰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엔비디아 데이비드 리버 최고보안책임자(CSO)는 5일(현지 시간) "GPU에 킬 스위치나 백도어는 존재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포함할 계획이 없다"고 공식 블로그를 통해 밝혔다. 그는 칩 하드웨어에 원격 비활성화(킬 스위치) 또는 몰래 접근할 수 있는 경로(백도어)를 의도적으로 심는 행위는 “신뢰받는 시스템의 근본 원칙을 훼손하는 일”이라며, “기업과 디지털 인프라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킬 스위치란 제조사가 원격으로 칩을 중단할 수 있는 기능, 백도어는 제3자가 시스템 내부로 침입해 데이터를 훔치거나 조작할 수 있는 은밀한 접속 경로를 뜻한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이 지난달 31일 엔비디아 H20 AI 칩의 보안 취약점 존재를 문제 삼으며 기술자료 제출을 요구한 이후 미중 간 정보보안 공방이 더욱 격화됐다.

 

리버 CSO는 이런 기능을 탑재하는 것은 “해커나 적대 세력에 선물을 주는 꼴”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현행 미국 등 주요국 법률은 기업이 제품의 취약점을 보완하도록 할 뿐, 일부러 보안 ‘약점’을 만들어 넣도록 규정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제품 보안은 다층 방어구조와 끊임없는 점검, 국제 사이버보안 기준을 토대로 검증돼야 하며, “어떤 단일 실패 지점도 시스템 전체를 무력화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게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미국 정부가 1990년대 감청용으로 설계했던 암호화 칩 ‘클리퍼 칩’ 사례를 들며, “정부가 백도어를 직접 설계해 넣더라도 신뢰를 해칠 수 있다는 교훈을 잊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스마트폰의 ‘기기 찾기’나 ‘원격 초기화’ 기능을 GPU 킬 스위치와 동일 선상에서 보는 주장은 시장 논리와 안전성 모두에서 타당하지 않다는 입장도 내놨다. “원격 주차 브레이크를 판매 딜러가 쥐고 있는 것과 다름 없는, 과잉 개입”이라는 설명이다.

 

글로벌 AI 반도체 공급망을 둘러싼 기술적 신뢰와 규제, 진영 간 불신이 심화되는 가운데, 미국-중국 관계의 파장이 전체 인공지능 산업에도 영향을 주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반도체와 AI 하드웨어 시장에서 백도어 논쟁이 불거질 경우 인증체계, 공급망 안전, 기술 자립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제도와 산업 구조가 재편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논란 이후에도 칩의 설계 신뢰성과 국제적 검증 체계 확립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권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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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킬스위치#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