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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들 곁으로 보내 달라”…비전향장기수 안학섭, 정부에 북송 의지 재확인
정치

“동지들 곁으로 보내 달라”…비전향장기수 안학섭, 정부에 북송 의지 재확인

권혁준 기자
입력

남북관계의 뇌관으로 남아온 비전향장기수 송환 논쟁이 다시 불 붙었다. 95세 고령에 건강까지 위중한 비전향장기수 안학섭 씨가 정부에 북한 송환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하면서, 송환 문제를 둘러싼 공방이 치열해지고 있다. 정부가 2000년 이후 25년 만에 해당 사안을 초기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자, 정치권과 시민사회계는 향후 파장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안학섭 씨는 지난 5일 경기도 김포시 민통선 인근 식당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제는 동지들 곁에서 보내고 싶다”며 북송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얼마 안 남은 인생, 평생의 동지들 곁에서 남은 시간을 보내도록 북으로 보내 달라”고 호소했다. 이 자리에서 안 씨는 건강 악화로 인해 주변에 부담을 느낀다며 “생사를 함께 나눈 동지들과 잠깐이라도 지내고 싶다”고 재차 강조했다.

안 씨는 1953년 체포된 이후 국방경비법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받아 42년 4개월을 복역했다. 1995년 광복절 특사로 출소한 그는 60년 만에 고향 인천 강화도를 찾았으나 지역사회의 차가운 시선에 정착하지 못했다. 이후 막노동 등으로 생계를 이어갔으나 쉽지 않았다. 2000년 9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일부 비전향장기수가 판문점을 통해 북송됐지만, 안 씨는 당시 “미군이 한반도를 떠날 때까지 남겠다”고 밝혔으며, 북송 대신 남에서 투쟁을 이어갔다.

 

최근 건강 악화로 장기 입원 치료를 받은 안 씨는 더 이상 남에 머무르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북송 의사를 밝히게 됐다. 의사 소견에 따르면 그의 건강은 언제든 위급할 수 있는 상태다.

 

정치권에선 남북 긴장 완화 분위기와 맞물려 정부가 송환 문제 검토에 착수한 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정부 들어 대북 확성기 철거,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 등이 이어진 상황에서, 그동안 중단됐던 비전향장기수 송환 논의가 재점화되는 셈이다. 여야는 인도주의·남북교류 원칙을 두고 신중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시민사회와 종교계 역시 정부에 북송 촉구 목소리를 높인다. ‘안학섭 선생 송환 추진단’은 지난달 정부에 공식 민원을 제출하고, 제네바협약에 따라 판문점 송환을 요구했다. 추진단 공동단장인 이적 목사는 “안 씨는 전쟁 중 포로로 붙잡혀 옥살이를 감내했다”며 “인도적 차원에서 송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비전향장기수 생존자는 5~6명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송환 문제는 남북관계의 인도주의적 기반을 강조하는 이정표가 될 수 있다는 평가와 함께, 한층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부 당국자는 “여러가지 사안과 절차를 전반적으로 종합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정치권은 안학섭 씨의 송환 여부가 향후 남북 관계 개선 및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관련 절차와 국제 기준을 토대로 신중하게 후속 조치를 모색할 전망이다.

권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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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학섭#비전향장기수#북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