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한 천일을 삼킨 모정의 눈물”…모친, 흐르는 그리움→끝없는 서러움
생전 환한 미소를 남겼던 이지한의 존재가 떠난 뒤, 이태원 참사 1000일을 맞아 모친의 고백이 깊은 울림을 전했다. 이지한의 어머니는 “지한아, 오늘이 너를 못 본 지 1000일이 됐다네”라고 시작되는 긴 편지를 통해 아들을 향한 그리움과 세월의 아픔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지나간 시간들마저 위로되지 않는 듯, 어머니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는 말에 오히려 심장이 더 조여왔다”며 아들의 부재가 현실이 돼버린 순간순간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매일 시간이 조금씩 흘러도, 어머니는 이지한이 떠나기 전 ‘아름다웠던 24살’에 머물러 있다고 이야기했다. 마치 먼 나라에서 촬영을 마치고 돌아오는 중일 뿐이란 자기 최면 아래, 아들과 함께한 사진에 추억을 한 겹씩 입히며 자신만의 현실을 지탱하고 있음을 솔직히 고백했다.

억울함과 서러움, 그리고 아쉬움이 교차하는 각 문장에는 “1000일 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이라는 절박한 소망이 스며 있다. 더불어, 엄마가 혼자 지하철을 타고 돌아가던 밤, 젊은 군중 속에서 보라색 별봉을 흔들던 생생한 추억이 남아 여전한 위로와 함께 끝없는 허전함을 남긴다. 무엇보다 이지한의 존재가 여전히 가족의 시간과 공간, 마음 어느 한 곳에서 살아 숨 쉬는 듯했다.
이지한은 2017년 엠넷 ‘프로듀스101’ 시즌2로 첫 발을 뗐으며, 이후 웹드라마 ‘오늘도 남현한 하루’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차곡차곡 배우로서의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지상파 드라마 ‘꼭두의 계절’로 데뷔를 앞두고 있던 날, 돌이킬 수 없는 참사의 아픔 속에서 세상의 이별을 맞이했다.
올해로 천일. 이지한을 기억하는 이들과 유가족, 뜻하지 않은 이별 앞에 남은 겨울 같은 시간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한편, 이지한의 유작으로 남은 드라마 ‘꼭두의 계절’의 촬영 당시 이야기는 많은 팬들에게 짙은 아쉬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