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글러브 태그 번복”…노시환, 주루 연기로 한화 역전승→팬 환호 물결
대전 한화생명벌파크에 운집한 1만7천여 관중이 숨을 죽였다. 3루와 홈 사이, 서서히 멈춰가는 몸짓을 보이던 노시환은 LG 포수 박동원이 미트로 다가서는 순간, 순식간에 몸을 비틀어 태그를 피해냈다. 박동원의 미트는 공이 빠진 빈 글러브였고, 비디오 판독 끝에 판정은 세이프로 번복됐다. 바로 이 찰나의 연기와 집중력이 한화 이글스에 기적 같은 대반전을 선물했다.
26일 KBO리그 홈경기에서 한화 이글스는 LG 트윈스를 4-1로 꺾으면서, 한순간의 주루 플레이가 경기 전체의 흐름을 바꿨다. 0-1로 끌려가던 7회말, 노시환이 좌전 안타로 출루해 채은성의 추가타에 힘입어 3루까지 내달렸다. 이어 하주석의 기습 번트 상황에서 노시환은 런다운에 걸렸지만, 상대의 허점을 노린 주루 연기로 끝내 홈을 밟으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 장면은 비디오 판독 끝에 LG 수비의 빈 글러브 태그로 결론 나면서 동점을 허용했다.

분위기를 바꾼 뒤 한화 타선은 연이어 적시타를 터뜨렸다. 한화는 7회말에만 4점을 거둬 단숨에 앞서나갔고, 남은 이닝을 단단하게 막아내 승리를 품었다. 이날 노시환의 플레이는 단순한 주루 실수의 구원이 아니라, 경기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결정적 한 방이었다. 그 과정에는 선수단의 굳은 의지와 벤치의 전술적 집중력도 크게 작용했다.
노시환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처음부터 연기를 해보려 계획했고, 분위기가 반전된 게 느껴져 홈런보다도 더 짜릿했다”며 “스리 피트 라인을 신경 써서 수비를 속였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는 한화뿐만 아니라 팬들에게도 ‘미리 보는 가을 야구’의 열기를 선사했다. 한화 선수단은 “상대팀 우승 세리머니를 홈에서 절대 허락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경기장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노시환 역시 “포스트시즌 같은 승부에 온몸이 불타올랐다”고 덧붙였다.
LG 트윈스가 이번 3연전에서 2승을 추가하면 정규리그 우승이 확정되는 상황에서, 한화는 마지막까지 물러서지 않고 강팀과 맞서며 순위 경쟁에 자신감을 얻었다. 홈 팬들 역시 뜨거운 환호와 박수로 화답하며, 팀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했다.
대전의 불이 꺼지지 않은 밤, 역전의 순간은 긴 여운으로 남았다. 한화의 패기와 젊은 힘이 담긴 이 반전 드라마는 27일 이어질 LG와의 홈 2차전에서 또 한 번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