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도영 팔척귀의 진혼”…귀궁 마지막 순간, 슬픔 속 존재감 각인→시선 집중
새벽의 적막이 걷히는 순간, SBS 드라마 ‘귀궁’의 팔척귀는 마지막까지 숨을 고르는 듯했다. 얼굴엔 원한을 뛰어넘는 해방이 깃들지 않았고, 오로지 뼈에 새겨진 회한과 한 줄기 눈물만이 흘렀다. 이 극적인 장면에 오랜 무대를 떠나 있던 서도영의 진한 표정이 포개지며, 브라운관 너머 시청자들의 가슴에 여운을 남겼다.
서도영은 오랜 공백을 깨고 ‘귀궁’에서 팔척귀 역으로 돌아왔다. 2m 40cm의 압도적인 존재감, 30kg에 달하는 전신 특수 분장, 괴기스러운 비주얼로 실존인지 CG인지 논란을 자아냈던 팔척귀를 온몸으로 그려냈다. 그는 팔척귀의 본체인 천금휘 장군까지 소화하며, 원한에 사로잡힌 악귀의 서사와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절절함을 절묘하게 공존시켰다.

최종화에서 강철이의 희생과 함께 팔척귀가 사라지고, 여리의 천도재로 천금휘와 마을 사람들의 영혼이 나타났다. 왕 이정은 백성의 깊은 원한 앞에 진심으로 눈물 흘리며 더는 이런 피맺힌 원한이 반복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천금휘는 “그깟 몇 마디에 이리도 가벼워질 수 있다니... 고작 그 눈물 몇 방울이면 되는 것을...”이라는 대사를 남겼고, 오랜 한을 토해내듯 눈물을 흘렸다.
팔척귀 캐릭터에 대한 제안을 처음 받았을 때 서도영은 “천금휘 장군의 처절한 서사 때문이라면 주저할 수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아들과 마주하는 결정적 장면을 위해 수십 차례 액션 연습과 반복되는 씬 수정을 거듭했고, 30kg 분장과 15kg 더미까지 견뎌내며 완성도를 높였다. 그는 “긴 공백 끝에 온 마음을 쏟은 캐릭터였다”며 “‘귀궁’에서의 진심이 시청자 분들께 닿길 바란다”고 깊은 소회를 전했다.
5년 만의 복귀작임에도, 서도영 특유의 따뜻하면서도 단단한 연기는 시청자들에게 새로움과 반가움을 동시에 안겼다. ‘첫사랑 꽃중년’다운 부드러운 분위기와 팔척귀·천금휘를 오가며 선보이는 묵직한 내면 연기까지, 삶과 죽음, 용서와 한의 경계를 뒤섞는 그의 존재감은 이번 작품을 통해 극대화됐다. ‘귀궁’은 7일 SBS에서의 최종화 방송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지만, 서도영이 남긴 감동의 파장은 오랫동안 안방극장에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