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인스트루먼트, 82조 원 美 반도체 베팅”…트럼프發 관세 정책 속 투자경쟁 심화→글로벌 공급망 재편 신호
아침의 빛이 텍사스 평원을 감싸듯, 미국 반도체 산업에도 새로운 도전과 약진의 기운이 번지고 있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Texas Instruments)는 6월 18일, 미국 땅에 600억 달러(약 82조 원)가 넘는 사상 최대 규모의 반도체 제조시설 신·증설을 단행하겠다고 공식 천명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끄는 관세 강화와 제조업 부흥 드라이브, 여기에 정책적 혜택이 맞물리며, 한때 사그라드는 듯 했던 미국 반도체 제조 경쟁력 회복의 불씨가 또 한번 타오르는 순간이다.
새로운 투자금은 텍사스주의 드넓은 땅과 유타주의 척박한 산업지대에 집중된다. 텍사스에는 약 460억 달러(63조 원), 유타에는 150억 달러(20조 원)가 투입돼, 총 7개의 대형 생산시설 신설과 확장이 계획돼 있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는 이 대장정을 “미국 역사상 최대의 기초 반도체 제조 투자”로 규정했으며, 6만 개의 고용이 창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제조업의 심장부에 다시 활기가 돌아오는 듯한 변화이다.

이번 대규모 투자에는 이미 건설 중이거나 장비 설치가 진행되는 시설까지 모두 포함되었으며, 텍사스인스트루먼트 측은 장기적인 설비 확장 계획에도 흔들림이 없음을 시사했다. 지난해 12월에도 이들은 텍사스와 유타에만 3곳의 반도체 제조시설을 신설하며 180억 달러(약 24조 원)를 투자했고, ‘반도체법’에 따라 16억 1천만 달러(2조 원)의 정부 보조금을 확보했다. 2023년 8월에는 텍사스 셔먼에만 400억 달러(55조 원)를 투입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바이든 정부 당시 중점적으로 추진됐던 ‘반도체법’을 계승하면서도, 관세 중심의 경쟁력 강화 기조를 확고히 하고 있다. 미국산 반도체 보호와 제조업체 투자 촉진을 위해 관세 인상, 대규모 보조금, 규제 혜택 등 촘촘한 정책 그물을 펼치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반도체 생산 확대를 정책 우선순위로 뒀다”며, “향후 수십 년간 TI 등과의 협력으로 산업을 지원할 것”이라 밝혔다.
관세 환경의 전환은 마이크론, 인텔 등 경쟁 기업 투자 전략에도 연쇄 파장을 낳는다. 마이크론은 이달 미국 내 투자총액을 2천억 달러(275조 원)로 증액한다고 밝혔다. 업계는 각국의 보조금 지원, 투자 유인 정책, 향상된 공급망 안정성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정부가 내세운 자국 내 제조업 르네상스와 더불어, 세계 반도체 공급망의 지도가 새롭게 그려질 조짐이다. 글로벌 투자 흐름을 촉진하는 한편,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 반도체 산업에도 상당한 동기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계와 투자자들은 저마다 정책 변화의 리듬에 맞춰 새로운 선택지를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