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농축·재처리 협의 진전”…조현 외교부 장관, 미국에 상업 목적 강조

권혁준 기자
입력

한미 원자력 협정을 둘러싼 협상 국면에서 조현 외교부 장관과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이 정면으로 맞붙었다. 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허용을 두고 양국이 논의를 이어가며, 에너지 안보와 잠재적 핵 능력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80차 유엔총회 일정에 맞춰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한국이 운용하는 26기의 원전 안정적 운용을 위해 농축과 재처리를 포함한 완전한 핵연료 주기 확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이번 협정 개정 추진의 본질적 목적은 오로지 우리 원전의 안전하고 안정적인 상업적 운영에 있다”며 “핵연료 주기의 자립은 산업적·에너지 안보 차원의 당면 과제”라고 강조했다.

특히 조 장관은 자체 핵무장론 등 과거 정치적 논란과 거리를 두며, ‘상업적 목적’을 명확하게 못박았다. 이에 라이트 장관은 “조현 장관의 입장을 유념해 미국 행정부 내 관련 부처들과 논의하겠다”고 응답했다. 양국 모두 잠재적 핵 보유 능력을 둘러싼 쟁점이 아닌 실질적 에너지 협력에 초점을 맞춘 행보로 풀이된다.

 

최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과 관련해 “양국 간에 의미 있는 진전이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한국이 더 많은 농축·재처리에 운신의 폭을 갖는 것에 상호간 양해가 이뤄진 상태”라고 밝혔다. 이 같은 움직임은 한미 원자력 협력의 실질적 확대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앞서 두 장관은 지난 8월 한미 정상회담 당시 심층 논의를 이어갔으며, 이번 면담에서는 국제적으로 급증하는 원전 건설 시장에서 한미 기업 간 파트너십 강화를 주장했다. 양측은 “원전 건설 수요가 미국 내외로 확대되고 있다”며 “한미 양국 기업이 기회를 함께 포착할 수 있도록 긴밀한 정부 차원의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의견을 같이했다.

 

조현·라이트 장관은 최근 양국 원전기업 간 활발한 협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민간 부문의 역할 확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양국 정부가 지속적으로 소통을 강화해, 실질적 협력 모델을 구체화해 나가기로 했다.

 

정치권은 원자력 협정 개정 논의를 두고 에너지 자립과 비확산 체계 유지 간 균형을 놓고 여전히 팽팽하다. 전문가들은 한미 간 합의 진전이 한국 에너지 정책의 새 국면을 예고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내외 원전 정책 및 한미 협정 개정 협상이 가속되는 가운데, 정부는 완전한 핵연료 주기 확보 방안을 놓고 미국 등 주요국과 이견 최소화에 나설 계획이다.

권혁준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조현#크리스라이트#한미원자력협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