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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이식 로봇 시트”…카이스트, 실시간 변형 기술 첫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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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이식 로봇 시트”…카이스트, 실시간 변형 기술 첫발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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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처럼 접고 펴며 즉석에서 형상을 바꿀 수 있는 '접이식 로봇 시트'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연구진이 내놓은 이 신개념 로봇 플랫폼은 현장 요구에 맞춰 로봇의 몸체 형태를 실시간으로 프로그래밍 가능하게 해, 다양한 산업과 재난 상황에서 로봇 활용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한다. 업계는 "설계, 부품 교체 없이도 기능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본 기술을 로봇 프로그래밍 경쟁의 분기점으로 평가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번 기술은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김정, 박인규 교수 공동 연구팀이 개발한 원천기술로, '필드 프로그래밍' 개념을 종이접기 구조에 구현했다. 사용자는 '어디를, 어느 방향으로, 얼마만큼 접을지'라는 명령을 실시간으로 소재 표면에 반영할 수 있다. 핵심은 얇은 고분자 기판 안에 미세 금속 저항 네트워크를 내장하고, 이 저항이 히터와 온도센서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 별도의 외부장치 없이 접힘 상태를 실시간 감지·제어한다는 점이다. 비교적 단순했던 기존 접힘 방식들과 달리, 이 구조는 각 접힘부를 수십 개 이상 독립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기술의 차별점은 소프트웨어 제어에도 있다. 유전 알고리즘과 심층 신경망을 융합한 제어 소프트웨어가 사용자가 원하는 접힘 위치·방향·강도를 입력받은 뒤, 자동으로 가열·냉각 과정을 거쳐 정밀하게 형상을 조정한다. 또한 온도분포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폐루프 제어를 적용, 환경 변화나 외부 충격에도 오차를 최소화했다. 기존 열 기반 접힘술이 지녔던 느린 반응속도 문제 역시 크게 개선했다는 설명이다. 

 

현장에서 실시간 프로그래밍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재난 로봇·맞춤형 의료기기·우주 탐사장비 등 다양한 분야에 즉각적으로 응용할 수 있다. 산업용 자동화 장비, 웨어러블 디바이스, 구조체의 자가 복구 시스템 등으로의 확장성도 매우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제적으로는 일본·미국 로봇연구소들이 접힘원리 활용에 주목하고 있으나, 접는 위치와 패턴을 현장 명령에 따라 즉석에서 바꿀 수 있는 기술 구현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가는 "글로벌 다른 시도보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통합 제어에서 한 단계 진전을 보였다"고 분석한다.

 

로봇 소재·구조체 분야에서의 프로그래머블 시트가 실제 상용화까지 이어지려면 장시간 내구성, 모듈화 설계 및 안전성 검증 등 다수의 단계적 과제가 남아 있다. 규제 관점에서는 산업용 로봇 안전 인증, 의료기기 적합성 심사, 우주 환경 적응 평가 등 용도별로 다양한 통과 절차가 예상된다. 데이터에 기반한 자동화 프로세스이기 때문에 알고리즘 신뢰성, 시스템 투명성 확보 이슈도 남아 있다.

 

김정 카이스트 교수는 "지능형 로봇 형태 구현의 핵심 기술로, 형상 자체가 지능과 기능을 내재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업계는 '접이식 로봇 시트'가 실제 시장에 안착할지 주목하며, 로봇 플랫폼의 진화 속도와 산업 구조 개편이 상호작용할지 단기·중기적 관찰이 필요하다는 진단도 내놓았다.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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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로봇시트#프로그램형접이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