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선발진 진기록 눈앞”…LG 트윈스, 27년 만의 위업→정규시즌 1위 향한 질주
잠실구장의 가을바람 속에서 투구 하나에도 관중의 숨이 멎었다. LG 트윈스 덕아웃에서는 코칭스태프가 투구 수를 세며 긴장했고, 관중들은 송승기의 한 구, 한 구에 응원을 실었다. 5이닝만 더 채우면 토종 선발 세 명이 모두 규정 이닝을 달성하는 진귀한 순간이 찾아온다. LG 트윈스가 다시 한 번 구단의 역사를 새로 쓸 기회를 맞았다.
25일 기준, KBO리그에서 규정 이닝을 돌파한 투수는 20명이다. 이 가운데 LG 트윈스는 요니 치리노스(166⅔이닝), 임찬규(155⅓이닝), 손주영(151⅓이닝)이 진작 규정 이닝을 채웠다. 여기에 송승기가 139이닝을 던진 상태에서 시즌 5이닝만 추가하면, 규정 이닝 달성 투수 네 명을 동시에 보유하는 팀이 된다. LG 트윈스가 이 같은 진기록을 남긴 것은 2018년 이후 7년 만이며, 당시에는 외국인 투수가 중심이었다.

특히 올해는 토종 선발 3명이 동시에 규정 이닝을 넘기는 기록이 1998년 이후 27년 만에 달성될 가능성이 높아 더욱 의미가 크다. 과거 김용수, 최향남, 손혁이 남긴 기억을 다시 한 번 재현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임찬규가 개인 역대 최다 이닝을 소화하며 중심축을 잡았고, 손주영이 풀타임 2년 차 선수임에도 2년 연속 규정 이닝을 넘기며 안정성을 입증했다. 송승기 역시 중고 신인답지 않게 확고한 위치를 가져갔다.
탄탄한 선발진은 팀 성적에 직결됐다. 올 시즌 LG 트윈스는 선발승 56개로 한화 이글스와 나란히 섰고, 선발 평균자책점 3.50으로 리그 1위를 기록하는 등 꾸준한 투수력을 보여줬다. 선발 투수진이 합작한 755⅔이닝은 kt wiz에 이어 2위에 오르는 기록이다. 치리노스는 6월의 부진을 딛고 후반기에 꾸준한 활약을 펼쳤고, 새로 합류한 앤더스 톨허스트도 선발 라인업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이와 같은 무게감 있는 진용을 기반으로 LG 트윈스는 지난해에 이어 정규시즌 1위 확정까지 매직넘버 3만을 남긴 상태다. 다음 26일부터 28일까지 대전에서 한화 이글스와 맞대결이 예정돼 정규시즌 우승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다. 1998년을 넘어, 다시 한 번 토종 투수 전성시대를 향한 LG 트윈스의 질주는 팬들에게 깊은 울림을 안기고 있다.
한여름을 넘긴 투수들의 팔에는 여전히 농익은 힘이 전달됐고, 관중석에서는 옅은 미소와 가슴벅찬 응원이 밤하늘을 울렸다. LG 트윈스의 선발진이 만든 이 진기록의 순간은 9월 26일, 대전 원정길에서 또 다른 감동의 페이지를 맞이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