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바람 사이 예술과 휴식”…완주, 일상 속 자연으로 떠나는 여행
여행을 떠나는 이유가 달라졌다. 이제는 번잡한 명소나 화려한 쇼핑보다는, 하루쯤 평온한 자연과 예술을 오롯이 마주하는 시간을 고르는 이들이 많다. 전라북도 완주군의 가을은 그런 여유의 목적지로 손색이 없다.
22일 오전 완주군은 낮 최고 25도의 쾌적한 공기와 구름 가득한 하늘이 어우러져 가벼운 산책마저 특별하게 느껴진다. SNS에는 “마음이 맑아지는 하늘”, “산책하다 들른 미술관 카페가 힐링이었다”는 후기들이 잇따른다. 선선한 바람, 낮은 강수확률, 가장 걷기 좋다는 이른 가을이 완주의 풍경을 더욱 빛나게 만든다.

최근 완주군에서 주목받는 명소는 한국 전통주의 역사와 문화를 품은 술테마박물관이다. 다양한 주류의 제조 과정, 시대별 음주 문화, 수많은 관련 유물들은 관람객에게 “술이란 단순한 음료를 넘어 삶의 이정표”임을 전한다. “전시는 물론 넓은 주차 공간, 쾌적한 시설이 인상적”이라는 방문자 목소리도 많다.
예술을 좋아하는 이들은 모악산 기슭의 유휴열미술관 카페르모악을 찾는다. 자연을 품은 정원과 예술품 사이에서, 작가의 창작 공간과 한적한 전시장을 함께 거닐 수 있다. “차 한잔 옆에서 작품을 바라보니 마음 한쪽이 느긋해졌다”는 표현처럼, 이곳은 수수하면서도 개성 강한 분위기로 방문객을 매료시킨다.
걷다 지친 몸과 마음을 내려놓고 싶을 때면 소양면 위봉길의 위봉사를 향하게 된다. 천년 고찰의 깊은 산사에서 “산새 소리와 바람결만이 벗이 돼주는” 고요함, 그리고 부처의 가르침이 남긴 자취 속에서 자신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 “도량에 잠시 머물다 보면 번잡한 걱정도 저절로 사라진다”고 고백하는 이들도 있다.
관광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채우려 하지 않고 조용하게 비워내는 완주의 여행이 최근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고 말한다. 바쁜 일상에 지친 사람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주는 에너지, 자연이 건네는 무언의 위로를 더 적극적으로 찾는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미술관이 이렇게 조용하고 멋진 곳일 줄 몰랐다”, “위봉사에서 명상하고 나오니 마음이 많이 가벼워졌다”는 이야기들이 줄을 잇는다. 여행을 통해 무엇을 해야 한다는 강박 대신, 잠시 머물고 스스로와 대화하는 ‘쉼’을 택하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누군가에겐 작은 산책, 누군가에겐 오래 바라본 풍경, 혹은 술과 예술로 남긴 전통의 결이 오늘의 삶을 달래준다. 완주에서 만난 평온한 하루는 트렌드가 아니라, 삶을 잇는 서정으로 기억된다. 작고 사소한 여행이지만, 우리 일상과 마음의 속도는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