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하늘 아래 걷는다”…구례에서 만난 자연 속 휴식의 풍경
요즘 자연을 찾아 떠나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먼 여행지로만 여겨졌던 구례가, 지금은 ‘쉼’을 찾아가는 계절의 일상이 됐다. 22일 오전, 전라남도 구례군엔 25.9도의 맑은 가을 하늘이 펼쳐졌다. 이곳엔 지리산과 섬진강이 어우러져, 한적한 산세와 잔잔하게 흐르는 강물이 일상의 분주함을 잠시 내려놓게 한다.
구례 광의면에 자리한 천개의향나무숲은 사색을 닮은 산책길이 인상적이다. 잘 정돈된 산책로 사이, 각양각색의 식물들 사이를 걷다 보면 싱그러운 나무 내음이 마음을 어루만진다. 소란스러움 대신 고요함이 흐르고, 찾은 이들은 무심코 일상적인 생각을 잠시 멈추고 자연에 자신을 내맡긴다. SNS에는 숲길 사진과 “맑은 향기 가득한 시간이었다”는 감상들이 이어진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한국관광공사가 꼽은 가을 여행지 중 구례의 자연 명소 방문객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것. 특히 가족 단위의 체험 여행이 주목받는다. 용방면 구례자연드림파크엔 생산 현장 견학과 핸드메이드 체험, 숙식과 여가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다양한 시설이 한데 모여 있다. 기자가 둘러본 이곳은 수제 맥주집과 레스토랑, 영화관까지 갖춰져 온 가족이 ‘머물며 쉬는 여행’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자연과의 만남은 동물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곳에서도 이어진다. 간전면 섬진강 변의 섬진강수달생태공원에선 천연기념물 수달의 보금자리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 공원 전시관과 수달사가 체험형 관람을 가능하게 하고,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와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홍매화 산책로, 섬진강이 내려다보이는 전망대까지 이어진다. “온전히 자연을 느끼며 아이와 함께 걷는 시간이 소중했다”고 많은 부모들이 느끼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자연 속 쉼’이 단순 관광지를 넘어 심신의 재충전을 도와준다고 분석한다. 가족 상담 전문가 이수정 씨는 “현대 가족들에게 자연과의 체험은 단절된 일상을 회복할 수 있게 해준다”며, 자연 속 걷기와 관찰이 스트레스 완화와 유대감을 더해준다고 설명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사진만 봐도 마음이 편해진다”, “조용한 숲길을 천천히 걸으며 내 호흡을 듣는 게 이런 거구나 새삼 느꼈다”는 공감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언제든 마음이 번잡할 때, 가까운 자연을 찾는 일이 이제는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삶의 한 부분이 됐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자연은 잠시의 위로이자, 다음 일상을 걷게 해주는 힘이 돼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