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도전 향한 결의”…이태석, 포항과 이별→아우스트리아 빈 이적 임박
흐리는 하늘 아래, 낯익은 붉은 유니폼을 입은 이태석이 경기장 위에 서 있었다. 대구 iM뱅크파크의 미세하게 젖은 잔디 위, 포항 스틸러스의 마지막 경기를 치르는 듯한 그의 눈빛엔 오랜 시간 꿈꿔온 유럽행의 각오가 고스란히 담겼다. 원정석을 가득 메운 팬들은 설렘과 아쉬움, 두 감정이 뒤섞인 박수를 이태석에게 보냈다.
이태석은 27일 대구FC와의 원정 경기를 끝으로 오스트리아 빈 이적을 앞두고 있다. 포항 구단 관계자는 “이적 협상과 관련해 상황이 긍정적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해외 진출을 지향하는 선수의 의지를 존중하겠다는 게 구단의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태석은 대구FC와의 일전을 치른 뒤 곧바로 오스트리아로 떠날 계획이며, 현지에서 메디컬 테스트 등 입단 절차가 남아 있다.

이태석의 유럽 진출은 오랜 염원이기도 했다. 2021년 포항 유니폼을 입은 뒤 4시즌 동안 리그 84경기, 4도움을 기록하며 주전과 대표팀 멤버로 꾸준히 성장해 왔다. 특히 2023 아시안컵 최종 엔트리에 승선한 데 이어, A매치 7경기 출장으로 국제무대 경험도 쌓았다. 이태석의 부친은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이을용 경남FC 감독으로 축구 DNA 역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아우스트리아 빈은 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의 대표적 명문 구단이다. 앞서 경남FC의 이강희가 지난 6월 이적해 합류한 데 이어, 이태석까지 합류할 경우 두 명의 한국 선수가 나란히 유니폼을 입는다. 팬들 사이에서는 “한국인 선수 더블 라인”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태석의 새로운 도전이 어떤 결실로 이어질지 현지 축구계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포항의 붉은 물결과 눈물 어린 박수, 그리고 새로운 유럽의 무대가 맞닿는 하루였다. 이태석의 선 굵은 동작과 묵직한 걸음은 유럽에서 다시 움직일 시간을 기다린다. 팬들이 만들어낸 함성은 오랜 아쉬움과 응원을 안고 그를 배웅했다. 이태석이 펼칠 유럽 무대의 첫 장면은 곧, 아우스트리아 빈을 통해 시작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