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도심 한가운데 숲과 철도”…의왕서 찾은 소도시의 여유
라이프

“도심 한가운데 숲과 철도”…의왕서 찾은 소도시의 여유

임서진 기자
입력

요즘 서울을 빠져나와 가까운 소도시의 ‘숨은 여유’를 만끽하는 이들이 늘었다. 복잡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자연과 문화 사이를 거닐며, 잊고 지냈던 평온을 되찾는 시간이 특별해진다. 경기도 의왕시는 한낮에도 선선한 22도를 기록하며, 도심 여행의 온도를 낮췄다. 이제는 더 멀리 가지 않아도,들숨마다 숲 내음과 오래된 기차 소리를 느낄 수 있는 일상의 쉼표가 됐다.

 

의왕역 근처 철도박물관을 찾은 김현주(39)는 “아이와 함께 실제 증기기관차 옆에서 사진을 찍었을 때, 어릴 적 추억이 한 번에 떠올랐다”고 표현했다. 철도박물관은 1988년부터 한국 철도사의 변천을 모형과 유물로 아우르며 남녀노소의 감성을 자극한다. 실내외 전시장에선 실제 객차에 올라 기차의 질감을 느끼고, 움직이는 디오라마 속에서 어린 시절 상상했던 여행의 설렘도 만난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의왕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의왕

숲체험이 필요한 이에겐 학의동 뿌리깊은나무숲이 제격이다. 황토 촉감 체험장과 넓은 잔디에는 걸음마를 막 뗀 아이부터 어른까지 오감을 열어둔다. 흙을 만지고, 바람을 맞고, 주말 농장에서 싹이 트는 걸 보며 자연 본연의 시간을 체험한다. 이용자들은 “이 도심 한가운데서도 새소리와 흙 냄새가 이렇게 선명했다는 걸 새삼 느꼈다”고 고백했다.

 

의왕의 또 다른 숨은 공간, 왕곡로 백운사는 고즈넉한 사찰 마당에서 각자만의 명상 시간을 나눈다. 나무와 돌이 어우러진 산길을 걷다보면 번잡한 마음도 차분해진다. 조계종 사찰의 전통 건축을 바라보며 절제된 아름다움을 배우는가 하면, 사색의 시간 속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이런 변화는 타인과의 경쟁보다 자기만의 ‘작은 여유’를 찾으려는 세태에서 비롯된다. 전문가들은 “반복된 일상 속에서도 익숙한 공간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도가 삶의 활력을 준다”고 느꼈다. 커뮤니티 반응도 흥미롭다. “서울에서 한 시간 거리의 자연이라니”, “아이들이 스마트폰 대신 흙을 만지는 모습이 가장 큰 힐링이다” 등 체험담이 공감을 얻었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이처럼 천천히 바뀌고 있다. 자연과의 접점을 넓히고, 흙과 바람, 오랜 시간의 흔적이 스며든 공간에서 한 번쯤 멈춰 숨을 고르는 일상. 바로 이 리듬이, 누군가의 내일을 새롭게 만든다.

임서진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의왕#철도박물관#뿌리깊은나무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