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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한우물회, 그리고 황리단길”…역사와 감성의 경주 미식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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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한우물회, 그리고 황리단길”…역사와 감성의 경주 미식 산책

배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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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경주를 여행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맛집 탐방’이 하나의 필수 코스가 됐다. 경주는 박물관 같은 유물뿐 아니라, 오래된 전통과 새로운 감각이 어우러진 미식의 도시가 돼가고 있다.

 

경주 북군동의 한우물회 전문점 ‘함양집’에서는 10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신선한 한우와 채소를 시원한 육수에 담가내는 독특한 한우물회가 손님들을 맞이한다. 한 그릇의 식사에도 오랜 내공이 깃들었다는 평가다. 이곳은 지역민들뿐 아니라 여행객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으며, 육회비빔밥과 함께 ‘오래 사랑받는 노포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출처: 한국관광공사
출처: 한국관광공사

이런 변화는 또 다른 명물인 ‘교리김밥’에서도 나타난다. 1970년대부터 정성스럽게 말아온 두툼한 김밥은, 계란지단이 가득 들어간 비주얼로 늘 줄이 길다. “경주 오면 이건 꼭 먹어야 해요”라며 SNS 인증도 끊이지 않는다.

 

반면 황리단길에서는 세련된 분위기가 흐른다. 한옥을 개조한 감성 맛집에서 퓨전 한식, 일식, 양식 등 취향 따라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젊은 여행자들은 “예쁜 인테리어 덕에 사진 욕심이 나는 곳이 많아요”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길거리 간식도 풍성해졌다. 특히 ‘황남쫀드기’는 바삭하게 튀긴 쫀드기에 특제 소스를 더한 맛으로, 온라인에서 ‘경주 간식계의 새로운 스타’라는 평을 얻는다.

 

이런 흐름은 경주의 오랜 기념품 ‘황남빵’까지 이어진다. 팥앙금 가득한 이 전통 빵은 80여 년간 변함없이 사랑받으며, “어느새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꼭 챙기게 되는 맛”이라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미식 관광에 대해 “음식은 지역의 역사를 그대로 담는 그릇”이라고 해석한다. 과거의 시간을 음식으로 경험한다는 점, 그리고 젊은 세대의 취향과 감각이 맛집 탐방과 SNS를 통해 빠르게 공유된다는 점이 경주를 더 특별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경주 갈 때마다 음식 때문에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전통과 트렌드, 두 가지를 모두 즐길 수 있어 좋았다”는 의견이 많다. 여행의 목적이 변했다는 점, 그리고 새로운 문화로서의 ‘식도락 여행’ 흐름이 자연스레 자리 잡고 있다.

 

작고 사소한 음식 한 끼지만, 그 속에서 시간이 켜켜이 쌓인 이야기를 만나는 경험. 지금의 경주 미식 여행은,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삶의 리듬과 취향까지 바꾸고 있다.

배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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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함양집#황리단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