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최말자·웬디, 61년 슬픔→정의의 울림 바꾼 순간
환하게 미소 짓던 웬디의 얼굴 뒤, 화면 가득 스며든 최말자 할머니의 61년은 아프고도 단단한 침묵의 시간이 됐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속 세 리스너 웬디, 김남희, 박선영은 18살 소녀에게 짙게 드리운 억울함과 시대의 무게를 어루만졌다. 가혹한 낙인과 고통을 입은 한 사람의 삶이, 세월 끝자락에서 비로소 소란한 울림이 돼 모두의 마음을 일깨웠다.
프로그램은 1960년대 김해를 배경을 삼아, 예상치 못한 성폭력 피해와 ‘혀 절단’이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잿빛 운명을 살아야 했던 최말자 할머니의 진실을 밝혔다. 당시 가혹한 사회적 통념은 피해자에게 혐의를 씌우고, 법정조차 피해자의 존엄을 짓밟았다. 판사는 ‘가해자와의 결혼’을 권하는 난감한 제안을 했고, 피해를 입증하라며 인격을 후벼파는 요구가 난무했다. 결국 최말자 할머니에게 내려진 징역형의 판결, 부당하게 사라져야 했던 젊음과 존엄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이 여정에 함께 한 웬디와 김남희, 박선영은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라며 절절한 목소리를 더했다. 특히 웬디는 피해자를 가해자로 내몬 시대의 비극을 듣고 말을 잇지 못했고, 박선영 역시 “‘이 사건은 결코 사소하지 않습니다’라는 말이 수많은 이들의 심장을 울렸다”고 밝혔다.
시간이 지나 56년 만에 다시 열린 재심은 사회를 향한 깊은 울림이 됐다. 원고를 위한 1500여 건의 탄원서와 여성단체, 시민들의 지지가 물결쳤고, 대법원은 새 증거와 진술을 토대로 사건을 재조명했다. 결국 최말자 할머니는 지난 9월 10일, 검찰의 무죄 구형과 함께 비로소 자신의 존엄을 되찾았다.
최말자 할머니는 “비록 모든 것이 늦었지만, 그래도 내 삶은 아름답다”는 담담한 한 마디로 끝내 누군가에게 빛이 되고자 했다. 억울함이 남긴 흉터는 세대를 넘어 정의의 울림으로 번졌고, 슬픔을 껴안은 용기는 누군가의 내일에 위로와 희망을 전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치유와 공감, 그리고 시대의 작은 변화는 한 사람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진하게 각인시켰다.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매주 목요일 밤 10시 20분, 시청자 가슴 위에 깊고 큰 울림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