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글로벌은 9가 전환”…HPV 백신, 국내는 4가 고수 논란

정유나 기자
입력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예방 정책이 전환점을 맞고 있다. 국내 정부가 내년부터 만 12세 남아를 HPV 백신 무료접종 대상으로 포함하며 예방 패러다임 확대를 예고했지만, 백신의 종류가 여전히 기존 4가(四價)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 세계 대다수 선진국이 9가(九價) HPV 백신 도입 및 남녀 청소년 전면 접종을 진행 중인 가운데, 한국 정부의 정책 결정이 향후 HPV 관련 암 예방 정책에 중대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HPV 백신은 자궁경부암, 질암, 외음부암, 항문암 등 다양한 HPV 연관 질병을 예방하는 핵심적 수단이다. 그중 기존 4가 백신은 16·18형 등 일부 주요 고위험 아형만을 차단한다. 반면 9가 백신은 52·58형 등 아시아권에서 흔히 발병하는 아형을 포함, 4가 대비 5가지 혈청형이 추가돼 최대 96.7%의 예방률을 보인다. 이 때문에 대한부인종양학회 등 국내 의료 전문가 그룹은 “기존 2가·4가 접종자도 9가 백신 재접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정책 및 재정의 한계다. 무료접종이 유지되는 4가 백신과 달리, 시장·실수요에서는 이미 9가 백신이 주류다. 실제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남성 청소년의 HPV 1차 접종 중 83.2%가 9가 백신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무료접종이 효과적 집단면역 달성에 비해 한계가 명확하다”고 진단한다.

 

글로벌 정책을 보면 격차가 두드러진다. 미국 등 주요 국가는 4가 백신 판매를 중단하고 9가 접종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OECD 38개국 중 29개국에서 이미 남녀 모두 9가 백신 접종이 이뤄진다. 반면 국내에선 2016년 9가 백신 도입 이후 10여년째 4가를 국가 필수접종으로 유지 중이다.

 

정책 변화의 최대 걸림돌은 예산이다. 질병관리청은 국가예방접종 전체를 9가 백신으로 전환할 경우 최대 165억원의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고 추정한다. 업계는 “이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증액 논의가 전환의 마지막 기회”라 내다보고 있다.

 

정책·제도 안착 여부는 국민 건강과 직결된다. 질병청은 국정감사 등 공식 답변을 통해 “남성·여성 접종 확대와 고품질 백신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고, 의료계 역시 9가 전환 필요성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업계와 의료계는 한국도 국제 기준에 맞춰 HPV 백신 정책 고도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HPV 백신 전환이 미래 세대 암 예방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산업계는 이번 논의가 실제 정책 실행으로 이어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유나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hpv백신#9가백신#국가예방접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