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무대 1900회, 설운도·정수라의 눈물”…기억과 위로가 흐른 밤→세대를 적셨다
기억을 안은 멜로디가 저마다의 지난날을 울리고, 관객들은 잠시 숨을 고른다. ‘가요무대’ 1900회는 설운도가 건넨 무거운 한 소절과 정수라가 전한 뜨거운 희망 속에서, 세대가 겹겹이 겹쳐지는 밤이었다. 각자의 역사와 그리움, 그리고 희망이 한 무대에서 결을 달리했다.
이번 특집에서는 설운도의 ‘잃어버린 30년’이 흘러나올 때마다, 무대와 객석 모두가 조용히 숨을 멈췄다. 이 곡은 전쟁의 상흔과 가족의 아픔, 세월의 무게를 오롯이 전하는 노래로, 관객의 눈빛마저 잠시 머무르게 했다. 이어 정수라의 ‘아! 대한민국’은 희망찬 선율로 다시 한 번 모두의 마음을 일으켰고, 문연주와 진미령, 박구윤, 허성희 등 세대를 대표하는 명가수들이 잇따라 무대에 올라 저마다의 감동을 더했다.

문연주가 부른 ‘님 계신 전선’과 진미령의 담백한 ‘고향초’ 무대에서는, 한국인의 뿌리에 내려앉은 지난날의 애틋함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나상도와 신유, 오승근 등은 시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에너지로 무대를 가득 채웠으며, 금사향, 현인, 남인수의 명곡들도 특별한 해석과 함께 전해졌다. 익숙한 멜로디가 흐를 때마다, 관객과 가수 모두가 각자의 기억과 감성을 꺼내 놓았다.
특히 설운도의 첫 소절이 울려 퍼지는 순간은, 세월에 묻힌 아버지의 이름과 살아남은 이들의 이야기를 조용히 어루만졌다. 진미령의 따뜻한 목소리와 마이진, 강진, 김국환이 빚어내는 대동강, 두만강, 기찻길의 풍경은 이별과 그리움, 그리고 희망이 어떻게 음악이 될 수 있는지 증명했다.
노래 한 줄, 대사 한 마디마다 잊지 않으려는 노력과 다음 세대를 위한 평화의 소망이 겹쳐졌다. 관객의 뜨거운 박수와 함께, 표현하지 못한 사랑, 전하지 못한 감사가 무대를 타고 흐르는 듯했다. 한 음악평론가 역시 “온 가족이 모여 과거를 다정히 돌아볼 시간”이라며 깊은 의미를 짚었다.
‘가요무대’ 호국보훈의 달 특집 1900회는 오는 6월 2일 월요일 밤 10시에 방송된다. 시간의 끝에 머문 노래들은 오늘도 어제를 위로하고 내일을 응원할 준비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