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용여 진심 남긴 공항 울림”…여운계 빈자리 가슴에 안고→일본 여행의 의미 묻다
사방을 감싸는 공항의 어수선한 풍경 한가운데, 선우용여의 눈길이 오래된 추억을 부드럽게 더듬었다. 시간이 흐른만큼 더 깊어진 감정의 결은 사라지지 않은 그리움으로, 기다림과 설렘이 섞인 묵직한 울림을 만들었다. 존재하지 않는 목소리가 귓가에 스민 듯, 이제는 지나가 버린 시간들이 공기처럼 여운을 남겼다.
전원주와의 여행을 앞두고 선우용여는 여운계와 함께했던 일본 여정으로 마음을 돌렸다. 세 여배우가 나란히 선 바닷가의 햇살, 초청의 설렘과 잠시 스쳐 지나간 아련함이 선명하게 맞물린다. 여운계의 빈자리는 예전보다 더 또렷한 의미로 다가왔고, 선우용여의 표정 속엔 놓치고 온 시간에 대한 묵직한 슬픔 또한 스며들었다.

선우용여는 “문화원에서 초청을 해줬다. 거길 다시 간다고 생각하니까 좋으면서도 슬프다”며 오랜 기억을 되새겼다. 그 감정은 허전함이 아닌, 남겨진 시간에 대한 애틋함과 진심으로 채워졌다. 이어 “원주 언니가 혼자 갈지 내가 혼자 갈지 누구도 모른다”는 담담한 속내에선 인연의 소중함과 세월의 무게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있을 때 잘해야 한다”는 짧은 한마디는 지금을 사는 모두에게 울림으로 번졌다.
세 사람의 인연은 1970년대 무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선우용여는 “1971년에 전원주 언니랑 연극하러 미국 LA 간 적이 있다. 그때 처음 디즈니랜드를 갔다. 우리 애들 데리고 가고 싶었다”고 지난 시간을 회상했다. 미국 땅에서 새로웠던 모든 순간이 여전히 선명히 기억되는 가운데, 울고 웃던 에피소드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여운계에 대한 그리움은 여전히 깊었다. 2009년 5월, 폐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여운계의 빈자리는 세월이 흘러도 좀체 옅어지지 않는다. 기다림과 작별의 순간, 그리고 다시 찾아온 여행의 길목에서 스치는 추억은 화면 너머로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삶의 결은 추억과 아쉬움, 그리고 사람 사이의 따뜻한 교감으로 한 겹씩 쌓였다.
공항 문턱을 나서는 순간마다 선우용여의 마음 한구석엔 늘 여운계와의 기억이 잔잔하게 남아 있었다. 조용한 목소리로 곱씹던 “있을 때 잘해야 한다”는 언급에는 세월을 관통한 인생의 깊이와 잊을 수 없는 감정의 결이 서렸다. 선우용여가 전원주와 함께한 이번 일본 여행은 오래된 추억 위에 또 다른 이야기를 덧칠하는 길이었다. 다가올 매 순간, 그 길목에서 새로운 인연과 시간이 또 하나의 기억으로 남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