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절대 후퇴 없다”…이혁 신임 주일대사, 실용외교·투트랙 기조 재확인
한일관계를 둘러싼 복잡한 현안과 기대감이 교차하는 가운데 이혁 신임 주일 한국대사가 9월 26일 일본 도쿄에 부임했다. 이날 이혁 대사는 현지 하네다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재명 정부 초기에 조성된 훌륭한 한일 우호 협력 분위기를 살려 한일관계가 절대 후퇴하지 않고 더 진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사는 한일관계의 현재 기조에 대해 “이재명 정부가 표방하는 국익 중심 실용외교가 가장 잘 구현되고 있는 분야가 한일관계”라며 협력과 관리의 중요성을 재차 밝혔다. 이어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이 역대 한국 대통령 최초로 일본을 가장 먼저 양자 외교 목적으로 방문했다”고 짚은 뒤, “30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부산 방문으로 양국 정상 셔틀외교가 재개된다”고 설명했다.

양국 정상이 지난 8월 도쿄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파트너십’의 가치를 확인한 점도 언급했다. 이 대사는 “부산 정상회담에선 더 구체적인 협력방안 논의가 기대된다”며 실질적 진전을 예고했다. 나아가 “세계정세 변화 속에서 한일 양국은 함께 새로운 파트너십을 추구해야 하며, 양국 협력이 지역 평화와 안정에 필수적”이라고도 말했다.
민감한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기존 ‘투 트랙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역사 문제는 한국 정부 입장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며 수위 조절 가능성을 두고, “어려운 현안들은 잘 해결하되, 이것이 경제·산업, 사회·문화, 과학기술, 교육 등 협력 전반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 설명했다.
한편 내달 4일 치러질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 이후 한일관계 변수 가능성에 대해 이 대사는 “자민당 내 다양한 정치 스펙트럼이 있지만, 누구든 한일 교류와 협력 증진에는 이의가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시바 총리와 과거사 등에서 견해 차이가 있어도, 그것은 그 자체로 엄정 대응하며 한일관계 발전엔 영향이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혁 대사는 보성고,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79년 외무고시에 합격해 한국 외교부에서 주일 대사관 서기관, 아시아태평양국장, 주일 공사, 주필리핀 대사, 주베트남 대사 등 주요 직책을 역임했다. 최근까지 사단법인 한일미래포럼 대표를 맡았다. 조현 외교부 장관,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과는 동기다.
외신도 이혁 대사의 전략에 주목하고 있다. 교도통신은 “외교관 출신 일본통으로, 6월 출범한 이재명 정권이 임명한 첫 주일 대사로서 양국관계 강화를 도모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가 안팎에선 이번 이 대사의 부임이 최근 한일 셔틀외교 복원 국면에서 실질적 소통과 현안 관리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다음달 부산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협력의 전방위 확대를 본격 모색할 전망이다.